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는다…빛났던 이의리의 혼신의 역투, 대만전 '총력전' 기틀 마련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김건호 기자] 혼신의 역투였다.
이의리(KIA 타이거즈)는 17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카넥스트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23(APBC) 조별리그 2차전 일본과의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2자책) 6피안타(1피홈런) 3볼넷으로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이의리는 올 시즌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됐다. 당시 이의리는 일본전 1경기에 등판했으나 ⅓이닝 3사사구 1탈삼진으로 부진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28경기에 등판해 11승 7패 131⅔이닝 156탈삼진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지난 9월 2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⅓이닝 5실점(4자책) 2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으로 부진하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낙마한 뒤 9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동안 실점 없이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쳤다. 이어 10월 세 차례 선발 등판해 16이닝 4실점(4자책) 13피안타 12사사구 20탈삼진 평균자책점 2.25 WHIP 1.56을 마크했다.
이의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탈락의 아픔을 딛고 APBC 대표팀에 차출돼 난적 일본과의 맞대결에 선발 등판했다.
류중일 감독은 16일 호주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 투수다. 일본 타자들이 좌타자들이 많다"며 "이의리가 제구만 잘 된다면 잘 막아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오카바야시 유키(중견수)-코조노 카이토(유격수)-모리시타 쇼타(좌익수)-마키 슈고(1루수)-사토 테루아키(3루수)-만나미 츄세이(우익수)-사카쿠라 쇼고(포수)-카도와키 마코토(2루수)-노무라 유키(지명타자)로 이어진 일본 타선을 상대했다.
이의리는 1회부터 위기에 놓였다. 선두타자 오카바야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포수 김형준의 도움을 받았다. 오카바야시의 도루 저격에 성공했다. 원심은 세이프였지만, 유격수 김주원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판정이 번복됐다.
이의리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코조노, 모리시타, 마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사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만나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이의리는 2회에는 안정감을 찾은 모습을 보였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도쿄돔 마운드가 높다. 그런데 투구할 때 발을 딛는 곳은 낮다"며 "문동주도 호주전 1회 때 제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회부터 적응하며 괜찮아진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적응을 했던 이유일까. 이의리는 사카쿠라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이닝을 시작했다. 이어 카도와키를 2루수 땅볼로 막았다. 노무라를 상대로는 1루수 뜬공을 유도해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하지만 다시 일본의 상위 타선을 만나자 어려움을 겪었다. 3회말 선두타자 오카바야시에게 또다시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이후 결과는 1회와 달랐다. 코조노의 안타와 모리시타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마키에게 유격수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오카바야시가 득점했지만, 아웃카운트 2개와 교환했다. 이어 사토를 상대로 다시 삼진을 솎아내며 최소 실점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넘겼다.
이의리는 4회말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인 만나미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25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퍼시픽리그 홈런 4위였다. 선두타자로 나온 만나미에게 중월 홈런을 맞았다. 146km/h 포심패스트볼이 복판으로 몰리는 실투였다. 만나미가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통한의 실투였다.
하지만 이후 이의리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5회말 선두타자 오카바야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코조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모리시타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마키의 타석에서 코조노의 도루를 김형준이 저지했다.
6회말에도 마운드를 지킨 이의리는 마키를 중견수 뜬공, 사토를 우익수 뜬공, 만나미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6회까지 총 96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 초반 흔들리는 모습이었지만, 실점을 최대한 억제하며 길게 끌어줬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는 갈 때까지 간다"고 말했다. 결승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대만을 염두에 두고 한 이야기였다. 일본전에 불펜진을 최대한 아낀 뒤 대만전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뜻이었다.
이날 경기 한국은 이의리에 이어 오원석(1이닝)~최준용(1이닝)을 올렸다. 모두 이번 대회 첫 등판이었다. 2연투한 선수는 없다. 대만전에 모든 불펜진이 가동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류중일 감독은 "우리 선수가 성장하려면 위기를 잡아내서 성장해야 한다. 못 막으면 성장하지 못한다"며 "의리가 이번에 잘 던지면 한 단계 더 올라간다"고 전했다. 이의리에게 이번 경기는 큰 경험이 됐다.
이의리는 패전 투수가 됐지만,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을 상대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타선이 일본 선발 스미다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미다를 상대로 단 3개의 안타만 기록했다. 이후 8회 최지훈의 볼넷, 김혜성의 안타로 1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한국은 9회초 2사 후 대타 김휘집의 1점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이후 김주원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1-2로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한국은 대만과 함께 1승 1패다. 내일(18일) 오후 7시 대만과 결승행을 위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승자는 일본과 결승, 패자는 호주와 3·4위전에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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