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앞둔 이재용 “개인 이익 없어…책임 물어야 한다면 내가 감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자신의 ‘부당합병·분식회계’ 의혹 마지막 재판에서 “제 모든 역량을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최후 진술했다. 마지막 변론기일이었던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최종 의견 및 구형, 변호인의 최종 변론을 들은 뒤 피고인들에게 진술할 기회를 줬다.
피고인 중 가장 먼저 최후 진술을 한 이 회장은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말로 입을 뗐다. 그는 재판부와 검찰뿐 아니라 법원 공무원인 참여관·실무관·속기사·보안관리대 등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 회장은 “오늘까지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로직스 회계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과 목소리를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며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신기술 투자, M&A(인수합병)을 통한 모자란 부분 보완, 지배구조의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이런 흐름 속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저는 이 사건 합병과 관련해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병이 두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진술을 마쳤다. 이 대목에서 이 회장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원고를 쥔 채 손을 떨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26일 내려진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판사님. 지난 3년 동안 사려 깊게 심리를 진행해주시고 저희 변호인과 피고인들에게도 충분한 변론기회를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기 계신 검사님들과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모든 검사님께도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참여관님, 실무관님, 속기사님, 저 때문에 오랜 기간 고생하신 법원 경비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삼성 가족, 주주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40대 중반이던 2014년 아버지께서 병으로 쓰러지신 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수감생활도 겪었습니다. 어느덧 저도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고 1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까지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과 로직스 회계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과 목소리를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때론 ‘어쩌다 이렇게 일이 엉클어졌을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론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잣대로 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더욱 신중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판사님. 저에게 많은 불찰과 부족함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생산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모자란 부분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되어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두 회사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저희 주요 주주님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고 허무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 합병과 관련해서 저의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저와 다른 피곤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판장님과 두 분 부장판사님 앞에서 검사님들이 주장하시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다른 주주들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에 몸담은 수많은 임직원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눈초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주주님들과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두 분 회장님이 경영하실 때와 지금 경영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일류기업과 경쟁·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주주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습니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분들께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습니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길 바랍니다. 말씀드릴 기회를 주시고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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