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거포들 ‘4번의 무게’를 견뎌라

배재흥 기자 2023. 11. 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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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야구 세대교체 두 주역
KBO 리그 ‘홈런왕’ 노시환 “한 방 욕심 버리고 팀 베팅”…‘선봉장’으로
센트럴리그 ‘타점왕’ 마키 슈고, WBC 대표팀 막내급에서 ‘해결사’ 중책
APBC에서 4번타자 중책을 맡은 한국과 일본의 두 거포 노시환(왼쪽 사진)과 마키 슈고. 연합뉴스

24세 이하 또는 입단 3년차 이내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의 주요 키워드는 ‘경험’이다. 세대교체 중인 한국 야구대표팀 타선의 기둥인 노시환(23·한화)이 ‘4번 타자’로서 무게감을 견뎌야 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KBO리그는 그동안 ‘젊은 거포’ 기근에 시달렸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박병호(KT), 최정(SSG)의 뒤를 이을 새싹들이 좀처럼 흙 밑을 뚫고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시환이 올해 131경기에서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9를 기록하며 잠재된 거포 본능을 완벽하게 깨웠다. 20대 홈런왕의 등장은 한화와 KBO리그는 물론 국제무대 경쟁력을 잃어가던 야구대표팀에도 ‘청신호’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감을 끌어올린 노시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홈런왕으로서 홈런을 선사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타선의 핵심으로 노시환을 거론하며 “장타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노시환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예선 1차전에서 대표팀 4번 타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주며 대회를 출발했다.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무사 1·2루에서 상대 좌완 다니엘 맥그래스의 한가운데로 몰린 초구 체인지업을 타격해 끝내기 안타로 연결했다.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대회를 시작한 노시환은 경기 뒤 “홈런 욕심보다는 최대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했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시환·마키 슈고 프로필

일본에도 ‘신성’ 마키 슈고(25·요코하마)가 있다.

2021년 일본 프로야구에 데뷔해 이번 시즌 143경기에서 타율 0.293, 29홈런, 103타점, OPS 0.867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타점왕’에 등극한 젊은 거포다. 그는 지난 3월 일본이 우승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멤버 중 유일하게 APBC에 출전했다. WBC에서 일본 대표팀 막내급이었던 마키는 0.200의 낮은 타율로 대부분 교체 출전했지만 홈런 2개를 터트렸다.

마키는 APBC 개막 전 일본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WBC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긴장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라를 대표하는 긴장 속에서 아무런 부담이 없는 듯 플레이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키는 젊은 선수들의 대회인 이번 APBC에서는 일본의 4번 타자다. 대만과의 예선 1차전에서는 4타수 1안타를 쳤다.

세계 최강을 지향하는 일본은 최근 뒤처진 한국이 늘 견제하고 경쟁해야 할 필연적인 라이벌이다. 국제대회마다 정점을 찍는 한·일전 속에는 에이스 대결과 함께 반드시 거포 대결이 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새 세대의 두 젊은 거포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다.

도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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