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이닝 4득점' 타순까지 바꿨는데…日 마운드에 '봉쇄' 당한 고구마 타선, 대만 잡을 수 있나?

박승환 기자 2023. 11. 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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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노시환./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류중일 감독./KBO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숙적' 일본에게 무릎을 꿇었다. 생소한 투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선수들이 가진 공통점. 타선의 응답이 절실하다.

한국 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차전 일본과 맞대결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APBC 대표팀은 지난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소집돼 13일까지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14일 '결전의 땅' 일본으로 건너가 16일 호주와 첫 번째 맞대결을 가졌다. 분명했던 것은 마운드는 탄탄했지만, 타선은 류중일 감독이 우려했던 대로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6일 첫 훈련이 진행됐을 때 "시즌이 빨리 끝난 선수들은 약 20일 정도가 지났기 때문에 감각이 조금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상무 피닉스와 첫 연습경기가 끝난 후에도 "타격은 상대 투수들에 따라서 다르지만, 초반에 (대표팀 투수들을 상대로는) 또 잘 못치지 않았나"라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번 APBC 대표팀의 타선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때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금메달 수확의 선봉장에 섰던 강백호(KT 위즈)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문보경(LG 트윈스) 또한 한국시리즈(KS) 일정으로 인해 APBC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백은 첫 경기부터 드러났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노시환./게티이미지코리아
2023 APBC 대표팀 김형준./게티이미지코리아
APBC 대표팀 김주원./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전날(16일) 열린 호주와 첫 경기에서 10이닝 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8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득점은 단 3점에 머물렀다. 문제는 안타가 특정 선수들에게서만 나왔다는 점. '4번 타자' 노시환이 3안타, 가장 최근까지 경기를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한 김주원(2안타)과 김형준(1안타)에 이어 김도영(1이닝)과 문현빈(1이닝) 외에는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들의 타순이 모두 떨어져 있던 탓에 공격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았다. 한국은 노시환이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지만, 남은 경기를 고려했을 때 공격력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류중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타순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일본전에서 변화를 가져갔다.

이날 대표팀은 김혜성(2루수)-김도영(3루수)-윤동희(우익수)-노시환(1루수)-문현빈(지명타자)-김형준(포수)-김주원(유격수)-박승규(좌익수)-최지훈(중견수)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전날 3개의 삼진을 당했던 최지훈이 2번에서 9번으로 이동했고, 김주원-김형준이 모두 타순을 2개씩 당겨 배치됐다. 그리고 김도영을 2번으로 내세웠다.

일본 선발 스미다 치히로가 한국 타자들을 갖고 놀 정도로 좋은 투구를 펼쳤지만, 타선의 변화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생소한 투수들을 상대하는 어려움은 사실 모든 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충. 한국은 시작부터 일본 마운드에 꽁꽁 묶였다. 한국은 1회 김혜성-김도영-윤동희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이 단 7구 만에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경기를 출발했다.

일본 APBC 대표팀 스미다 치히로./사무라이재팬
APBC 대표팀 김도영./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윤동희./게티이미지코리아
APBC 대표팀 노시환./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류중일 감독./KBO

좋지 않은 흐름은 이어졌다. 2회 노시환과 문현빈-김형준으로 이어지는 타선도 스미다에게 삼자범퇴로 묶였고, 3회 하위타선은 두 개의 삼진을 당하며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일본 선발 스미다는 3회 투구를 마친 시점에서 투구수는 26구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한 것은 좋았지만, 투구수도 늘리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출루도 해내지 못하는 등 허덕였다.

그래도 타순이 한바퀴 돈 후 첫 안타가 나왔다. 한국은 4회 선두타자 김혜성이 1루수 방면에 행운의 내야안타를 쳐내며 물꼬를 텄다. 이후 김도영과 윤동희가 범타로 물러났으나, 노시환이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쳐 1, 2루 기회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문현빈이 자기 스윙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면서 투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그리고 5회에도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한국은 선발 이의리가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하면서 최대한 대등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타선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면서 스미다는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 결과 한국은 6~7회 각각 한 명의 주자가 누상에 출루했지만, 득점과 연이 닿는 일은 없었다.

일본은 8회부터 본격 필승조를 가동해 뒷문 단속에 나섰는데, 한국은 8회 최지훈의 볼넷과 김혜성의 안타로 잡은 득점권 찬스를 놓쳤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것은 9회 일본 '마무리' 다구치 카즈토를 상대로 김휘집이 솔로홈런을 쳐내며 1-2로 일본을 턱 밑까지 추격한 것. 하지만 결국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면서, 경기를 패했다.

한국이 결승 무대를 밟기 위한 시나리오는 이제 단 한 가지다. 18일 대만을 꺾는 것. 하지만 지난 16일 일본-17일 호주전의 경기력을 보면 대만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 타선이 터져야 결승행이 가능하고,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 타선이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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