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이 전 재산인데”…갈 곳 잃은 세입자들 구제책 ‘절실’

[KBS 전주] [앵커]

아파트 세입자 수십 명이 쫓겨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 부동산 법인이 갖고 있던 아파트 소유권을 신탁사에 넘긴 뒤 빌린 대출금을 갚지 않아 빚어진 일인데요.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김규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해 전 이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온 70대 김 모 씨.

계약 기간이 열 달 넘게 남았지만, 최근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보증금 4천여만 원을 돌려주겠다는 말도 없습니다.

[김 모 씨/○○아파트 세입자 : "일할 형편도 안 되고, 몸도 아프고. 보증금 4천3백만 원이 전 재산인데, 엄동설한에 우리가 바깥에서 잘 수도 없는 거고..."]

집을 팔겠다며 금융기관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은 이 아파트 세입자는 파악된 것만 40여 가구.

부동산 법인이 갖고 있던 아파트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넘긴 뒤, 수익권 증서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은 겁니다.

법인이 소유권을 넘긴 상태에서 신탁사나 금융기관 동의 없이 효력 없는 임대차 계약을 맺은 탓에 세입자들은 '공매 유예 보호'도 받기 어렵습니다.

일부 세입자는 국토부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인정받아 저리 대출이나 신용 회복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보증금을 돌려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세입자들은 지자체에 최소한의 주거공간 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정교/피해 세입자 법률대리인 : "LH가 매수해서 임대 아파트로 이용해서 당분간 피해자들의 주거권을 확보해줄 수 있으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자체에 계속 그 부분을 부탁하고..."]

해당 아파트에 대한 금융기관의 명도소송 등 법적 절차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완주군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지원되는 임대 아파트 공급을 늘려달라고 LH에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

김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