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민간인 살상 멈춰라” 2000켤레 신발의 외침
보신각서 ‘희생자 상징물’ 시위
여름용 샌들부터 털이 달린 겨울 신발까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신발 2000켤레가 바닥에 놓였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를 애도하고 학살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42일째인 17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긴급행동)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를 열고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상징하는 신발을 바닥에 설치했다.
목장갑을 낀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상자에서 신발을 꺼내 바닥에 그은 선을 기준으로 한 칸에 한 켤레씩 놓았다. 손바닥보다 작은 아기용 신발도, 270mm가 넘는 성인용 신발도 있었다. 일손이 부족할까봐 설치를 거들러 왔다는 이한별씨(35)는 “출근하기 전에 왔다”며 “온라인이 아닌 물리적인 공간에서 함께 평화를 지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4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신발 설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정부가 학살을 중단하고 휴전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긴급행동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는 1만1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75%가 아동, 여성, 노인”이라며 “사망한 모든 희생자를 상징하는 신발을 광장에 설치해 이스라엘 정부가 학살을 중단하고 즉각 휴전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긴급행동은 “그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였고, 하나의 우주이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존엄한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더 이상의 학살을 중단하라는 강력한 요구를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신발을 기부했다는 진영인양(18)은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정도가 다른 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최근 병원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했다. 그는 “며칠 전 온라인 회의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의사가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호소했다”며 “중요한 것은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발 옆에 국화를 놓으며 애도 시간을 가진 참여자들은 한국어, 영어, 아랍어 등으로 “가자지구 봉쇄 해제하라”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무기거래 중단하라”고 외쳤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긴급행동에 모인 신발은 3000켤레에 달한다.
지난달 7일 시작된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1만1000명을 넘어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효진·윤기은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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