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남부로 이동하라더니…이스라엘, 남부서도 “대피하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장악을 완료한 이스라엘군이 피란민이 대거 집결한 남부 지역에서도 조만간 대규모 군사 작전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북부 지역 소개령을 내리며 대대적인 지상 작전을 벌였던 이스라엘군이 본격적으로 남부 공격에 나설 경우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 동부 4개 마을에 “안전을 위해 즉시 거주지를 떠나 알려진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했다. 공중 살포된 이 전단에는 “테러리스트와 그 시설 근처에 있는 사람은 생명의 위험에 빠질 수 있으며, 테러리스트가 사용하는 모든 집은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지상군을 투입하기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전단을 북부 일대에 살포한 바 있다. 전쟁 발발 후 남부 지역에서도 여러 차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상자가 속출했지만, 대대적인 지상 작전은 북부 지역에서만 이뤄져 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관련 시설이 밀집한 북부에서 지상전을 위해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남부로 대피할 것을 여러 차례 명령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대거 남부로 대피했고, 남부 주요 도시는 몰려든 피란민으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칸유니스 인구는 기존 4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늘어났으며, 유엔은 현재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4분의 3에 달하는 150만명이 남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집을 잃은 약 80만명이 학교, 텐트촌 등 150개 유엔 보호소에 과밀 수용돼 있다.
이런 가운데 연료 부족으로 피란민들의 ‘생명줄’과 같은 구호품 이송이 중단됐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집트 접경 라파검문소를 통해 반입된 구호물품의 이송이 중단됐다고 17일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에 식량과 물 공급이 중단됐으며 필요한 수량의 극히 일부만 국경을 통해 도착하고 있다”면서 이곳 주민들이 “즉각적인 기아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최대 규모 병원인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서 군사 작전을 개시한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 지하에 하마스 사령부가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흘째 병원 수색을 계속했다. 이스라엘군은 병원 경내에서 하마스 땅굴 갱도와 무기를 실은 차량을 발견했다며 땅굴 입구를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또 병원 인근에서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납치됐던 인질 예후디트 바이스(65)와 여군 노아 마르시아노 상병(19)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땅굴 역시 군사용 목적인지, 어디로 연결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심장부라는 주장을 입증할 만한 조사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알시파 병원은 이스라엘군에 완전히 포위된 채 7일째 식수 및 식량 공급이 끊긴 상태다. 가자지구 북부 전역의 병원이 연료 부족과 공습으로 폐쇄된 가운데, 유일하게 가동 중이었던 알아흘리 병원마저 교전으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이 병원 안에 고립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하마스 소탕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인정했다. 그는 미국 CBS 인터뷰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려 했으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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