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조폭도 ‘성추행’ 대표도…‘기습 공탁’ 감형?

김소영 2023. 11. 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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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등학생과 성매매를 한 성인 남성들이 무더기로 실형을 피해가는 나라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나라길래 아동 성매매에 이렇게 관대할까 개탄하실텐데요.

대한민국이야깁니다.

지난해 5월, 강원도 강릉에서 성인 남성 6명이 SNS에 만난 초등학생 2명과 성매매를 했습니다.

검찰은 1명에게는 징역 20년, 3명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모두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피고인들이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1억 4천여만 원을 공탁한 게 참작된 겁니다.

살인이나 성범죄 등에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절차를 '형사 공탁'이라고 하는데 지난해 12월부터 법이 개정되면서 피해자 동의가 없어도 '형사 공탁'이 가능해졌습니다.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 기습적인 공탁으로 솜방망이 판결이 나오고 피해자들이 다시한번 고통받습니다.

김소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 카페는 1년 7개월째 문이 닫혀있습니다.

지난해 4월, 주인인 40대 가장이 끔찍한 참변을 당해 운영이 중단된 겁니다.

[KBS 뉴스/지난해 4월 19일 : "술을 마시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구속했습니다."]

살인 피의자는 최 모 씨.

폭력조직 두목으로 경찰의 특별관리대상이었습니다.

그저 말대꾸했다는 이유로 카페 주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7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징역 13년, 4년이 감형됐습니다.

선고 엿새 전 최 씨가 숨진 피해자 앞으로 건넨 공탁금 3억 5천만 원이 참작된 겁니다.

여든이 넘는 노모를 비롯해 유족들이 낸 탄원서만 모두 80여 건.

'공탁금 필요 없으니, 부디 엄벌해 달라'던 외침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피해 유족/음성변조 : "피해자의 핏값, 피해자가 없는데 어떻게 돈에 대해서 얘기를 하냐, 좋은 곳에 기부하라고 그렇게도 이야기했어요."]

노래방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남성.

연예인 출신으로 화장품 관련 중소기업 대표였던 A 씨입니다.

직원 10여 명은 수년 동안 A 씨로부터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합니다.

[피해 직원/음성변조 : "종이컵에 담배를 피워요. 재떨이 용도로 사용을 하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 술을 넣어서 먹으라…."]

검찰은 강제추행과 폭행 등 3건을 기소했지만, 1심에선 모두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A씨가 일방적으로 건넨 공탁금이 참작된 겁니다.

3건 모두 선고 닷새에서 여드레 전 이뤄진 '기습 공탁'이었습니다.

[피해 직원/음성변조 : "피해자들 마음을 헤아려 주고 공감한다면 공탁금 필요 없으니까 정말 죄지은 만큼 벌 받게 해 달라고…."]

피해자의 인적사항 없이도 가능해진 형사공탁 특례 시행 1년, 법원에 접수된 공탁은 1년 전보다 14배 이상 늘었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박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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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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