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최후 진술서 “모든 역량 집중할 기회 주시길”…내년 1월 선고
변호인 “주주 이익 된다 생각해 합병 추진…시장 반응도 긍정적”
李 “사익 염두에 둔 적 없어…책무 위해 모든 것 쏟아붓겠다” 선처 호소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26일 이뤄진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 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 행위가 동원돼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집단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1등 기업인 삼성에 의해 무너진 역설적 상황이 펼쳐졌다"고 꼬집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은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 합병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사실관계나 법리로 봤을 때 유죄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내 기관 중 합병에 찬성한 곳이 무수히 많았고, 합병 발표 후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며 "검찰의 주장처럼 합병이 다수 투자자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라면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기소 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13명 위원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며 학계 인사,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의 자본시장법 해석과 증거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심 공판에 참석한 이 회장은 "삼성 가족과 주주,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쳤다. 면목이 없다"는 말로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으며, 주주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은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한다고 생각해 진행한 것"이라며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주거나 속이려는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신기술 투자와 신사업, M&A(인수합병), 지배구조 투명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차원에서 추진됐다"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투자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잘못 있다면 제가 감당할 몫…다른 피고인들 선처해달라" 울먹여
이 회장은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며 "기라성 같은 기업과 경제를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 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 관계 정착 등이 새로운 사명으로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삼성이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이 대목에서 약간 울먹이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 이 과정에서 벌인 업무상 배임, 분식회계에 관한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삼성물산을 부당합병했고, 합병 후 경영상 불필요한 자사주를 매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6일을 선고기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조사된 증거를 바탕으로, 관련 법리를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며 "기록이 방대하고 신중하게 볼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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