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밀착 과시…한·중 회담 불발 가능성[APEC 정상회의]

유정인 기자 2023. 11. 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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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서 별도 비공개 10분 대화
‘3국 공조’ 깃발만 선명…대중 리스크 관리 더 꼬이나
보폭 다른 한·미·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한 후 퇴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한·미·일 정상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3국 공조 틀을 굳힌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언급하며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중 정상은 회의장에서 만나 3분여간 환담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미·일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한국과의 회담은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회담이 최종 결렬되면 중국 리스크를 관리할 모멘텀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회동하며 이같이 공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세 정상은 APEC 정상회의와 별도로 기념촬영을 하고 비공개로 10분간 대화했다. 세 정상의 회동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이후 3개월 만이다.

캠프 데이비드 회동 때 ‘1차 완결’된 밀착, 국제 무대서 재확인
미·일과 만난 중국, 한국과는 ‘3분 덕담’만…의도적 배제 추정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덕분에 짐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현지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을 긍정 평가하고 있다”면서 안보와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한 철학과 믿음을 공유했고 다른 두 정상이 공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구축한 포괄적인 협력체계가 성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고위급 대화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되는 점에 세 정상이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3국 정상이 공감하는 것은 안보와 경제협력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라며 “100% 가까이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서 (군사 안보와도 연관된) 첨단기술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관계가 한·미·일 관계라고 3국 정상이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은 실질적·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다자회의 무대에서 결속력을 재차 드러내 보이는 데 방점을 찍은 행보로 풀이된다. 캠프 데이비드 회동으로 ‘1차 완결’된 3국 밀착을 국제적으로 확인시키면서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효과를 얻으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APEC 내내 한·미·일 밀착 행보는 도드라지고 있다. 이날 3국 정상 회동 외에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35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회의에도 함께 참석해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3개 분야 협정 협상을 사실상 타결하며 본격 가동 작업에 들어갔다. IPEF는 미국 주도 경제협력체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미·일 밀착의 ‘리스크’인 대중 관계에선 이번에도 뚜렷한 진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지만 윤 대통령과의 회담 여부는 폐막 하루 전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은 논의 중”이라며 “양국 일정이 빡빡해 실제 이루어질지는 장담을 못 드린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대중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주요 기조로 삼고 한·미·일 밀착을 강화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미·일 3국 중 미·일과는 회담이 이뤄진 만큼 중국의 의도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 등 예민한 이슈로 얽혀 있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한·미·일의 공동 행보에 균열을 내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 첫 세션 시작 직전에 악수하며 3분쯤 대화를 나눴다. 회의에서 성과를 내길 바란다는 덕담을 주고받는 수준에 그쳤다. 한·중 간 현안인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나 경제 협력 문제 등 구체적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두 정상이 대면한 건 두 번째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처음 대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식 만찬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옆,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맞은편에 자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국빈 방미 당시 멋진 노래를 했다고 소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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