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 ‘먹통’…민원대란 분통

김보미·최희진 기자 2023. 11. 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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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 오류로 서비스 전면 중단
은행·법원 신분확인 업무도 막혀
담당 행안부는 “복구 중” 답변만
주말 앞 시민들 서류 못 떼 ‘불편’
“정부24도 등·초본 발급 불가” 정부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17일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민원인 창구에 네트워크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재원 기자

17일 정부 행정 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원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계좌 개설 등 신분증 진위 확인이 필요한 은행 업무까지 중단됐다. 전산망 관리 주체인 행정안전부는 상황 공유도 없이 “복구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출근한 공무원들이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지방행정공통시스템 ‘시도 새올’에 접속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의 행정 처리뿐 아니라 ‘정부24’ 홈페이지를 통한 주민등록·초본 발급 등도 막혔다. 일부 행정복지센터의 민원 업무 처리도 지연을 빚었다.

사용자를 검증해 시스템 접속을 인증해 주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법원 인터넷등기소 일부 서비스도 중단됐다.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 열람과 국토교통부 매매계약서 연계 서비스 등도 차질을 빚었다. 발급 가능한 서류는 대법원 행정망을 통한 가족관계증명서 등 일부 뿐이었다. 은행에서는 계좌 개설 등 신분증 확인이 필요한 업무가 중단됐다.

이에 각종 거래·신고 등을 위해 증명 서류가 필요했던 시민들은 언제 시스템이 복구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발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전국적으로 대혼란이 일었으나 시스템 관리 책임을 맡은 행안부는 이날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복구 시점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새올과 정부24 등의 서버는 행안부 소속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관리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검증 서버 기능에서 사용자 인증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행안부가 일선 지자체에 오류 원인과 문제 현황에 대한 안내나 고지를 하지 않아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24 홈페이지에는 오후 2쯤에서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네트워크 장비 오류 등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며 중단 기간을 ‘조치 시까지’라고만 공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안부에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히 복구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행안부는 전산 장애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납부 기한 등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정부 행정망 등은 메인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2~3중으로 마련된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기 마련인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한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황당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 (사회적) 손실이 클 것”이라며 “대규모 시스템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별도의 루트를 만들어 우회하거나 장애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을 텐데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보미·최희진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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