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에 국어 1등급 컷 80점대 그쳐
‘용암수능’ 불린 2022학년도 수준
변별력 커지면서 n수생 강세 전망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초고난도(킬러) 문항을 배제하고도 상당히 어려운 ‘불수능’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입시업체들이 일부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로 분석해보니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대 후반까지 올라갔다. 특히 국어영역의 난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수능 난도는 ‘용암 수능’이라고까지 불렸던 2022학년도 수능에 근접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EBSi와 메가스터디, 진학사 등 입시업체들의 수능 가채점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46~147점 수준으로 예측된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았다는 것은 시험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실시된 2023학년도 수능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4점, 수학 145점이었다. 2022학년도에는 수능이 매우 어렵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 149점, 수학 147점에 달했다. ‘킬러 문항’ 없는 수능이었던 2024학년도 수능의 난도가 통합수능 중 가장 어려웠던 2022학년도에 근접한 것이다. 1등급 구분 점수(커트라인)도 국어 화법과작문 86~88점, 언어와매체 83~85점 수준으로 예측돼 90점대였던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졌다. 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확률과통계 91~92점, 미적분 82~84점, 기하 87~90점선으로 예측됐다.
킬러 문항 배제 방침과 n수생 비율 증가가 불수능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킬러 문항을 빼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올해 출제당국은 ‘킬러 문항 없이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이 35.3%로 28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도 고려했다. n수생은 대체로 수능에서 성적 상위권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에 n수생 응시가 늘면 수험생 평균 수준이 올라간다. 이러면 출제당국은 난도를 올려 수험생 수준에 시험 수준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인다.
불수능으로 변별력이 커지면서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n수생들이 강세를 보이고, 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 확대가 예고된 상황이라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올해는 안정지원보다 소신지원을 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어 변수가 늘었다. 고3 재학생이라면 남아 있는 수시모집 대학별고사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통합형 수능은 점수 산출법이 복잡해 가채점을 통한 성적 예측은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수시모집 대학별고사를 앞둔 수험생은 가채점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정시모집 전략을 세우고, 충족했을 경우 대학별고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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