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6주 만에 병원 닫은 아픔, 누군가는 기록해야”…서울백병원 폐원일기 출간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떠나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았죠. 그런 일은 반드시 막고 싶었어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영락교회 봉사관에서는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서울백병원과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진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150일간의 폐원 저지 노력을 담은 책 ‘폐원일기’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들이 모여 구성한 ‘서울백병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서울백병원 폐원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서울백병원의 마지막 교수협의회장을 맡은 조영규 교수가 직접 펴냈다. 그는 2006년부터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지난 5월부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을 맡았고, 서울백병원 폐원이 결정된 후 지난 10월부터는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조 교수는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의 폐원이 의결된 지난 6월 20일부터 써온 일기를 한 권으로 엮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제학원 이사회가 폐원 안건을 상정한 지 6주 만에 병원 문을 닫고,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직원들을 발령한 일방적인 통보에 큰 문제를 느꼈다”며 “청춘을 바쳐 일한 곳인데, 폐원을 저지하려 목소리를 높이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큰 슬픔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가 펴낸 책은 크게 6개의 장(章)으로 구성됐다. 1부와 2부에는 각각 폐원이 의결된 지난 6월 말과, 진료를 모두 마친 8월 말의 이야기가 담겼다. 3부와 4부에는 진료 종료 이후 이어진 폐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과정 전반이 담겼다. 책을 끝맺은 5부와 6부에서는 가처분 신청 기각 이후에 폐원이 확정된 시기의 소회를 풀어냈다.
이 책에서 조 교수는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한 인제학원 이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백병원의 폐원 이유가 정말로 누적된 의료 적자였다면, 병원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적자 규모를 키운 원장들을 경질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은 법인은 아이러니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폐원 결정에 대한 부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조 교수는 “현재의 이사회가 (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와 백낙환 박사가 생전에 쌓은 업적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다”며 “인제학원의 모태인 서울백병원을 폐원시키는 것 또한 일종의 역사 지우기”라고 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향후 서울백병원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장여구 인제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서울백병원 활용 도심 공공의료 연계 발전 전략’을 소개하며 2가지 안(案)을 공개했다. 서울시 측의 제안을 바탕으로 2가지로 압축했다고 한다.
장 교수가 소개한 첫 번째 안은 ‘외상 긴급진료센터 구축’이다. 기존의 건물을 활용해 중증의 외상을 입은 응급 환자들을 위해 복부·위·뇌 손상 등에 특화된 중증 응급 진료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서울 시내 응급의료 체계를 살펴보면 종로구·중구·용산구가 응급의료 사각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은 전국 또는 서울시 전체 단위의 응급의료센터인 만큼, 접근성이 높은 서울백병원 위치에 준중증 외상센터가 들어오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기존 건물을 활용해 외상센터를 만들면 약간의 구조만 변경해도 중환자실 60병상과 일반 병실 160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안은 ‘의료복합빌딩 재건축’이다. 강남의 성형 전문병원을 집중 유치해 의료 관광의 핵심 시설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장 교수는 “서울 도심의 ‘글로벌 K-의료 관광 타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 관련 보험과 통역 가이드 등을 결합한다면 명동 지역과 연계된 의료 관광의 허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1941년부터 82년 동안 운영된 서울백병원은 지난 6월 20일 인제학원 이사회의 의결로 폐원이 결정됐고, 8월 31일부로 모든 진료가 종료됐다. 일부 교수와 의료진이 “폐원이 부당하다”며 폐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전보성)가 이를 기각했다. 이후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들 대다수가 부산 등 다른 지역 백병원으로 전보 조치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백병원 정상화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항고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서울백병원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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