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다른데”…소비자 골탕 먹이는 식품업체 꼼수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 [미드나잇 이슈]

이희진 2023. 11. 1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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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바구니 물가를 강타했다. 다만, 올해는 명시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 대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원재료를 값싼 것으로 대체하는 스킴플레이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물가 상승으로 삶이 팍팍해지자 이전부터 벌어지던 기업 행태를 소비자들이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꼼수”라며 식품업체를 저격하고 나섰다. 해외에선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경우 이를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등도 등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인플레이션의 최고 화두는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고, 스킴플레이션은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은 그대로인데 제품의 양이 줄어든 것이나 원재료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플레이션보다 더 교묘한 인플레이션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숯불향 바베큐바’의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다. 동원에프앤비는 지난달부터 ‘양반김’ 중량을 봉지당 5g에서 4.5g으로 줄였고, 해태제과도 지난 7월 고향만두 용량을 한 봉지 415g에서 378g으로 줄였다. 이외에도 OB맥주의 카스 맥주 묶음 팩 제품의 캔당 용량, 농심 양파링, 오리온 핫브레이크, 롯데웰푸드 고깔콘 등이 가격은 둔 채 용량을 줄였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존 오레오 제품보다 크림 양이 많게 출시된 ‘더블스터프 오레오’ 제품에 실제로 크림이 적게 들어있다는 소비자의 의혹 제기를 지난 12일 보도했다. 다만 오레오 제조사는 이에 대해 “제품에 큰 변화를 주면서까지 물가 상승에 맞서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스킴플레이션도 기승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올해 델몬트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였다. 과즙 함량이 80%인 제품은 45%로 낮아졌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던 BBQ는 지난달부터 튀김기름의 절반을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로 교체했다. BBQ는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해 올리브유 50%, 해바라기유 50%의 ‘블렌딩 오일’을 사용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으로 3개월 연속 3%대다. 소비자 체감 물가는 이것보다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은 통계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저격하고 나섰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가진 백브리핑에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소비자가 (식품을) 사 먹을 때 일일이 깨알같이 확인하진 않는다”며 “100g 들어가던 것을 90g 들어간다고 충분히 공지하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슬그머니 표기만 바꾸는 것은 꼼수”라고 밝혔다. 그는 스킴플레이션에 대해선 “그렇게 하는 기업이 버틸 수 있을까”라며 “기업에서 굳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한다면 그건 기업에서 할 일”이라고 했다.

해외에선 정부와 기업이 각각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제품 용량이 변할 경우 이를 고지하도록 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고, 브라질은 제품 용량과 함량에 변화가 있을 시 6개월간 표기하도록 하는 법을 이미 시행 중이다.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는 9월부터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의 경우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스티커를 물건 판매대에 부착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 26개 제품이 대상이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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