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빈곤이란 다른 누군가의 이윤[책과 삶]
미국이 만든 가난
매슈 데즈먼드 지음 | 성원 옮김
arte | 416쪽 | 3만2000원
도시 빈민가 주거 문제를 다룬 <쫓겨난 사람들>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 교수 매슈 데즈먼드의 책이다. “가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전작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어째서 이 풍요한 나라에 그토록 많은 가난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넓혔다.
생계를 위해 매춘에 뛰어든 크리스털이나 삶이 오로지 “일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둘 중 하나인 듯”한 훌리오의 사례 등 실제 저자가 가까이서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덟 살 동생 알렉산더가 형에게 “나랑 한 시간 놀아주는 데 얼마야?”라고 묻는 것에 울음이 터졌던 훌리오는 며칠 뒤 일하다 탈진해 쓰러진다.
가난한 이들은 최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며 병가나 초과근무수당 등 노동복지 혜택도 받지 못하고, 싸고 낡은 흑인 동네에서 산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주택담보대출 보증도 받지 못한다. 고리대금, 곧 금융 착취에 놓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악덕 기업의 횡포만큼 가난을 고착화시키는 요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라고 말한다.
“빈곤은 의회와 기업이 취하는 조치의 결과이기만 한 게 아니라 우리가 각자의 일을 할 때 매일 내리는 결정들 수백만 가지가 누적된 결과”라는 것인데, 한국과 중국 빈곤 연구를 해온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의 다음과 같은 해제를 보면 이해가 쉽다.
“‘한 사람의 가난은 다른 누군가의 이윤’이라는 저자의 통렬한 지적에서 평범한 한국인들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 공사 중인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들이 사망했는데도 건설사 주식의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투자자…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모두가 분리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일침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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