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빚에 고리사채까지…청소년 도박 위험군 2만 8천여 명
[EBS 뉴스]
청소년들 사이에 온라인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중독이 의심되는 위험군 청소년이 2만 8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쓰거나 2차 범죄에 노출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아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박광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친구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한 사이버 도박,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가면서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A군 중학생 / 사이버 도박 경험
"몇천(만 원)을 몇 분 안 돼서 벌었죠, 몇천만 원을. 나 이제 명품 살 수 있겠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고리 사채까지 했던 A군.
억대의 돈을 잃고 나서야 도박을 멈췄습니다.
인터뷰: A군 중학생 / 사이버 도박 경험
"제일 많이 잃었을 때 포기했거든요. 다 계산을 해봤어요. 그러니까 (잃은 돈이) 1~2억 좀 넘는 거예요."
주변 친구들이 쉽게 돈 버는 모습에 혹한 이 고등학생은 지인에게 600만 원을 빌린 뒤, 사이버 도박으로 탕진했습니다.
인터뷰: B군 고등학생 / 사이버 도박 경험
"아빠가 갚아주고 계신 데 또 600을 따서 아빠한테 드리면 아빠는 어떻게 보면 이제 돈을 더 이상 안 써도 되는 거잖아요. 도박이 위험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만한다는 생각은 못 해요. 계속 악순환이거든요. 진짜 도박은 끊을 수가 없어요."
전문가들은, 특히, 코로나19 확산기에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린 나이부터 사이버 도박을 쉽게 접하고 중독도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해국 교수 /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어린 나이에 시작할수록 중독으로 빨리 진행이 되고, 성인이 돼서도 지속적으로 인생 기간 동안 중독의 문제를 경험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1.5세까지 온라인 도박을 시작하는 시기가 빨라졌다."
올해, 정부의 조사에선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약 88만 명 가운데 3%가 넘는 2만 8천 명이 사이버 도박 위험군으로 분류됐습니다.
경찰청이 지난 9월부터 석 달에 걸쳐 진행한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 단속에서 청소년 39명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관계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는 스마트폰 접근 자체를 막고 취미활동 등을 통해 사이버 도박 중독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료지원 등의 후속 지원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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