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당합병' 이재용 징역 5년 구형…내년 1월26일 1심 선고(종합)
장충기 前 사장에게는 징역 3년 요청
檢 "시장근간 훼손…공짜승계 성공시켜"
이재용 9분간 발언 "주주피해 예상못해"
法 "신중하게 판단"…내년 1월26일 선고
[서울=뉴시스] 김진아 한재혁 박현준 기자 = 검찰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2개월만으로, 이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26일 나올 예정이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미전실 소속 전직 부사장과 임원 김모씨와 이모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삼성물산 소속으로 기소된 최모씨 등 3명에게는 모두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 로직스 소속 김모씨 등 2명에게도 징역 3년, 4년의 실형을 요청했다. 삼정회계법인에는 벌금 5000만원이 구형됐다.
검찰은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 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 정의이자 자본시장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주주 반발로 합병이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국익을 위한다며 주주들을 기망했지만, 정작 국익을 해친 것은 다름 아닌 피고인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는데도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해 성공시킨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재벌구조 개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지배주주들은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합병을 추진하고 원칙주의 회계 기준도 결국 사문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하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 실체를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과 주요 피고인들은 두 회사의 합병에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직접 발언에 나선 이 회장은 9분여간 최후진술을 통해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고,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단 생각을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회사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을 언급하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도 했다.
최 전 실장도 "검사는 G프로젝트를 근거로 승계 계획을 수립해 태생적으로 불법이 내포됐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합병이 안 되면 주주들에게 큰 손해가 생겼던 상황인데 합병 과정에 불법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 전 차장 역시 "삼성물산 합병을 알게 됐던 당시 구조적 경영난을 알았기에 회사와 주주를 위해 좋은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생각했고 실제 회사 성장과 주주이익에 도움이 된 것으로 안다"며 "공판 과정에서 검사의 주장과 증거를 보고 범죄사실에 어떻게 관여했다는 것인지 대부분 납득할 수 없다. 누명을 쓰지 않도록 헤아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조사된 증거를 바탕으로 법리에 따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며 방대한 기록 등을 감안해 내년 1월26일 이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형은 검찰 기소 이후 3년2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 사건은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재판은 피고인만 14명, 검찰 측 수사기록 19만 페이지, 증거목록만 책 네 권에 달할 정도로 증거가 방대하고 쟁점이 많은 상황이다. 장기간 심리가 진행되면서 재판만 100회 넘게 진행됐다.
검찰이 이 회장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상 거짓공시 및 분식회계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당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이른바 '프로젝트G'라는 문건을 작성해 이 회장의 사전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그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국정농단'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후 지난해 7월29일 형기가 만료됐다. 그는 5년간의 취업제한 조치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던 중 같은 해 8월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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