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승계냐, 경영상 판단이냐…이재용 1심 내년 1월 26일 선고(종합)
檢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
이재용에 5년 구형
李 "개인의 이익 염두에 둔 적 없다"
"잘못 있다면 제 몫" 울먹이기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관련 혐의로 시작된 이재용 회장의 자본시장법 등 위반 사건의 공판이 기소 이후 3년 2개월 만인 17일 마무리됐다. 검찰은 "공짜 경영권 승계"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 1심 판결은 내년 1월 26일 선고된다.
檢 "자본시장 근간 훼손, 삼성식 반칙"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경험했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안정적인 승계를 돕기 위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대0.35의 비율로 합병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을 23.2% 보유했던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 제일모직 기업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은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의 이익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불법적으로 진행된 합병이다. 불공정하게 (합병 비율을) 산정해도 아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 사건 기소에 대해 수사팀 내·외부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했다며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로 임했다"고도 강조했다.
또 "변호인들은 증인에 대해 수차례 사전 면담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재판부는 수사 떄와 다른 공판 진술 있다면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신중함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삼성 "사업적 필요에 따라 합병…시장도 긍정 반응"
이날 오후부터는 삼성 측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 아니었고 사업적 필요성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삼성물산 측에 이익이 되는 합병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합병 발표 이후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일부 증권회사들은) 삼성물산이 더 좋은 회사가 되었다고까지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또 "마치 삼성의 영향 때문에 전문가들과 회계사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신 것에 유감"이라고 다소 날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신중하게 공소를 제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를 했는데도 기소를 강행했다"고 반박했다.
합병 당시 '철 지난 애국주의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엘리엇 저격' 변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변호인은 "검사들은 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떤 주주였는지 보겠다"며 "합병에 반대하기 위해 주주가 된 투자자, 엘리엇(이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저평가 됐다면서 합병 발표 전에 물산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팔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울컥한 이재용…"다른 피고인들 선처해 달라"
이 회장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을 언급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8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공판 내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것과 대비된 순간이었다.
이 회장은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을 선처해주시기 바란다"고 울먹였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이 끝난 뒤 소감과 구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 회장은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재판부는 이듬해 1월 26일 오후 2시 이 회장 등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다. 검찰 수사 개시로부터 5년 1개월, 기소로부터는 3년 4개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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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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