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년 구형' 이재용 "초일류 삼성에 모든 역량 쏟을 기회 달라"(종합)

한지연 기자, 성시호 기자 2023. 11. 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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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7.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회계 부정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두 회사 합병은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주재로 열린 이 회장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최종의견을 밝혔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점, 해당 범행의 최종 이익이 이 회장에게 귀속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결심공판은 검찰이 2020년 9월 이 회장 등을 기소한 이후 3년 2개월만이다. 이 회장 등의 1심 공판은 수사기록이 19만여쪽, 채택된 증인이 80여명에 달한 탓에 3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3.11.17.
이재용 "개인 이익 염두한 적 없다" 무죄 주장
이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속인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00차례가 넘는 공판 과정을 지내오며 느꼈던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때로는 일이 어쩌다 이렇게 엉크러져 버렸을까 자책하기도 했고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며 "제가 외국 경영자, 투자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거듭 억울함을 표출한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한단계 더 도약하는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담담히 최후진술을 이어가던 이 회장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면서는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단도 적극 항변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경영상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유가하락과 실적 악화에 따른 어닝 쇼크 등 주가가 하락 추세였다"며 "삼성물산은 이러한 침체된 상황을 극복할 방안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합병 후 주주 손해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며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트렸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1심 선고 내년 1월 26일...삼성전자, 총수 부재 가능성 여전
이 회장은 크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이 과정에서 벌인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5월 이사회에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본다. 또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이 합병 이후 삼성물산 지분이 늘어나면서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게 검찰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주가는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춘 뒤 주주총회에서 동의를 구하기 위해 △허위 설명과 정보 은폐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을 상대로 한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을 저질렀다고 본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본다.

1심 선고일은 내년 1월 26일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는 또 다시 총수 부재 사태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처음 구속된 후 2차례에 걸쳐 1년 6개월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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