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보다 오래 뛰었네' 9년 동행, 어떻게든 끝난다..."이젠 정말 떠나야 할 때"
[OSEN=고성환 기자] 이젠 정말 끝이 보인다. 에릭 다이어(29)와 토트넘 홋스퍼의 9년 동행이 마침표만 남겨두고 있다.
다이어는 손흥민보다도 빨리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어릴 적 스포르팅 CP에서 성장한 그는 지난 2014년 토트넘에 합류하며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다. 손흥민은 이듬해인 2015년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이후 다이어는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이적 초기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앙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토트넘에서 뛴 경기만 무려 362경기나 된다.
다이어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부터 지난 시즌까지도 주전 센터백으로 뛰었다. 그는 스리백에서 스위퍼 역할을 맡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했다. 한때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어는 탈장과 바이러스 감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더니 갈수록 부족한 모습만 보여줬다. 그는 느린 발과 잦은 실수, 부족한 판단력, 불안한 빌드업으로 수비진의 폭탄이 돼버렸다. 팬들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과감히 내쳤다. 그는 새로 데려온 미키 반 더 벤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주전으로 기용했고, 다이어는 벤치에만 앉혀뒀다. 그 결과 토트넘은 지난 첼시전 이전까지 10경기(8승 2무)에서 단 9실점만 내주며 무패 행진을 달렸다.
더 이상 다이어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는 "토트넘에 있을 것이다. 난 29살이다. 앞으로 최고의 시절이 올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믿는 수준이 아니라 알고 있다. 내 좋은 친구인 얀 베르통언과 무사 뎀벨레는 30대 초반에 전성기를 보냈다"라며 경쟁을 선언했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다리던 기회가 오기도 했다. 다이어는 반 더 벤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첼시전에 교체 투입됐고, 울버햄튼전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마음을 돌려놓을 절호의 기회. 하지만 다이어의 활약은 낙제점이었다. 그는 울버햄튼 공격수를 놓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토트넘은 1-2로 역전패했다. 두 실점 장면 모두 다이어의 위치 선정이 아쉬웠다.
토트넘 선배 제이미 오하라도 다이어를 패배의 원흉으로 뽑았다. 그는 "다이어는 두 번이나 실수를 저질렀고, 두 골 모두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했다. 난 그가 어디로 가려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우리는 지난여름에 그를 내보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고, 결국 팀으로 돌아왔다. 이게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이어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된다. 이대로라면 재계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나든 반년 뒤 자유 계약(FA)으로 나가든 토트넘 생활은 마무리될 전망이다.
과거 토트넘에서 뛰었던 앨런 허튼 역시 영국 '풋볼 인사이더'를 통해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토트넘은 다이어 말고 다른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 할 것이다. 반 더 벤과 로메로가 있는데 누가 뛸 수 있겠는가? 지난 몇 년간 여러 선수들이 있었지만, 잘한 선수는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다이어는 9년 동안 토트넘에 있었다. 지난 몇 주를 고려하면 그의 토트넘 경력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 그도 좋아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젠 다이어가 다른 팀으로 떠나야 할 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분명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놀랍게도 현재 다이어는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에 휩싸여 있다. 마침 김민재의 부담을 덜어줄 백업 수비수를 찾던 뮌헨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
다이어는 이적료도 낮은 데다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전문 6번 미드필더도 없던 뮌헨은 여기에 큰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풋볼 인사이더에 따르면 다이어 역시 뮌헨 이적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토트넘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는 1월 이적시장이 이적료를 받고 다이어를 내보낼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토트넘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진 반 더 벤 대체자를 구할 수 있느냐다.
풋볼 인사이더는 "토트넘은 다이어의 이적을 기꺼이 허락할 수 있지만, 반 더벤을 대신할 선수를 확보한 뒤에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를 남겨둘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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