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항히스타민제, 알레르기 비염 동반한 기침엔 효과 없어”
만성환자 49명 두 집단 나눠 분석
불필요한 약제 사용 줄이는 계기로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기침이 잦아들지 않으면 흔히 비염 치료제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그런데 해당 약제가 기침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이지향 교수 연구팀은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만성 기침 환자 49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대상 약물의 효과를 분석했다. 환자 중 25명에게는 항히스타민제를, 24명에게는 위약을 복용시킨 뒤 기침과 관련된 삶의 질에 관해 묻는 ‘레스터 기침 설문(LCQ)’을 실시했다.
복용 전후의 삶의 질 개선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설문 점수가 평균 12.49점에서 15.94점으로 3.45점 높아졌다.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12.77점에서 15.81점으로 3.04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 모두 기침 관련 삶의 질이 상승한 정도가 거의 비슷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한 증상의 정도를 환자 스스로 직선 위에 표시하는 ‘시각아날로그척도(VAS)’를 활용해 기침 정도와 목 이물감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두 집단 모두 증상이 호전됐지만 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기침 중증도 점수는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이 평균 31점,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5점 낮아졌다. 목 이물감 점수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평균 28점,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7점 낮아졌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기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두 가지 증상이 동반돼 나타날 경우 항히스타민제 등 비염 치료제를 사용해 왔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흔히 알려져 있기도 했고, 실제로 비염은 물론 기침까지 호전되는 경우가 경험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앞서 개발된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졸림을 줄인 효과가 있어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환자에게도 흔히 처방해 왔다. 하지만 이 약제의 기침 완화 효과를 두고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만성 기침 치료에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송우정 교수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알레르기 비염의 표준 치료제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만성 기침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며 “이번 결과가 만성 기침 환자에서 불필요한 약제 사용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고, 추후 기침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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