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케이크 50만원 공연티켓…연말되니 더 미친 물가

김금이 기자(gold2@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3. 11.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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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연말 케이크 10만원 육박
가격은 유지한 채 원산지 바꾸기도
영화·뮤지컬 티켓값도 천정부지
클래식 공연 최대 55만원 달해
10월 신선식품물가 작년보다 12% 올라
용량 줄이거나 품질 낮춘 ‘꼼수인상’도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작가 KamranAydinov / 출처 Freepik]
30대 직장인 정모씨(서울 강서구)는 얼마 전 한 호텔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예약하려고 직장 근처 호텔에 들렀는데 딸기 케이크 가격이 9만80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7만5000원이던 이 케이크는 작년엔 8만5000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급기야 10만원에 육박했다.

그는 또다른 호텔을 찾았지만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가격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연말을 앞두고 주문도 쉽지 않았지만, 가격은 20만~30만원에 달했다. 정씨는 “평소에는 먹지 못하다가 중요한 날 사는 케이크였는데 이제는 손도 대지 못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지만 체감물가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연말 수요 급증을 노린 고가 정책이 많아지고 있는 데다 점심 등 반드시 돈을 써야 하는 생활 물가는 원자재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한 번 올라가면 떨어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말 수요가 많은 외식, 호텔, 공연 등은 정부 자제 요청에도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연시장은 연말을 앞두고 티켓 가격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려 잡고 있다. 이른바 ‘티켓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말 가장 인기가 높은 뮤지컬 푯값이 대폭 올랐다. 최근 10년 가까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형성하던 ‘VIP석 15만원’은 무너진지 오래다.

스테디셀러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와 ‘레베카’의 VIP 티켓값은 각각 19만원, 17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최고 말석인 A석도 8만~9만원으로 책정돼 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클래식 공연은 더욱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내한한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의 푯값은 55만원(R석)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7년 내한 당시보다 같은 좌석 기준 10만원이 더 올랐다.

영화관 푯값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40% 가량 폭등했다. 주중 2D 영화를 볼 때 성인은 2018년 1만원에 볼 수 있었는데 최근 1만4000만원에 달한 상태다. 전진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문위원은 “문화의 향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문화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꼼수 인상’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차 브랜드 오설록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제주 그린티 롤케이크를 지난 9월 초까지 1만9800원에 판매하다가 2만2500원으로 가격을 13.6% 올렸다. 오설록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가격을 다시 1만9800원으로 환원했지만, ‘원재료별 원산지가 상이하다’는 제품 설명을 덧붙였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이나 원재료을 바꾸는 ‘슈링크플레이션’ 또는 ‘스킴플레이션’ 현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있다. 풀무원은 최근 탱글뽀득 핫도그는 기존 한 봉지당 5개였던 제품 갯수를 4개로 줄였다. 동원F&B는 양반김 도시락김 봉지 한개당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줄였다. 이렇게 중량·용량을 줄이지 않더라도 원재료를 값싼 것으로 대체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칠성은 오렌지 100%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였고 BBQ 치킨은 최근 튀김유를 100% 올리브유에서 해바라기씨유 50% 혼합유로 변경했다.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1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신중히 상품을 고르고 있다. 최근 일부 식품업체들이 정부의 가격 동결 압박에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거나 원재료 질을 낮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충우 기자]
문제는 원재료값 인상을 이유로 소비자가를 한번 올린 뒤로는 좀처럼 가격이 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입 비중이 높은 밀, 옥수수, 콩값은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밀 수입가는 1톤당 318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톤당 403달러였는데 지난달 21% 떨어졌다. 옥수수 가격 또한 같은 기간 17% 떨어졌으며 사료로 많이 쓰이는 대두(콩)는 5% 빠졌다. 이 결과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해태제과 영업이익은 247% 뛰었고, 농심(103.9%), 오뚜기(87.9%) 등도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간 기준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현재 확보된 원재료 가격은 지난해 들여온 가격”이라며 “아직 원재료값 인하는 원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먹거리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을 비롯한 일부 원재료 가격은 떨어졌지만 설탕과 원유(原乳)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커피, 코코아 같은 경우 기상이변에 따른 영향으로 공급이 줄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류는 원가 부담에 세율 인상까지 더해졌고 음료와 유제품 역시 주요 원재료인 국제 설탕 가격과 원유 기본 가격의 상승 여파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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