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서민이 생각하는 총선 후보자 자격
현재 각 정당에서는 다섯 달 뒤에 치를 총선에 대비해 후보자 공천 기준 선정과 공약 발굴에 돌입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국민의 눈높이는커녕 공동체 전체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임기응변식 행태가 여전하다. 선거에 관한 한국 정당의 정치 후진성은 주민이 참여하는 후보자 선출 과정이 거의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살고 싶지만 일상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국민들은 정치인들 때문에 심신이 피곤하다고 난리다. 나라 걱정 좀 그만하기 위해 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량의 선택 기준과 그와 관련한 인물을 내세운다.
첫째, 평화적인 인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통일 3원칙과 “무력도발 불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협력 적극 추진”이라는 대북 3원칙을 수립하여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어쩌다 정권이 바뀌어 냉전시대의 적대적 공존 상태로 회귀하고 말았다.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대량 학살은 전쟁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여 교육을 비롯한 내치·외치는 평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김대중의 평화정치철학을 계승하는 정치가가 선출되어 평화가 삶의 핵심 가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보존을 해결할 인물이다. 앨 고어는 <우리의 선택>(김지석·김춘이 옮김)에서 재생에너지, 생태복원, 에너지 혁명 등의 과제를 내놓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선택은 경외로운 것이며, 우리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은 영원할 수 있다. 다음 세대들의 한탄을 자아낼 수도, 칭송을 자아낼 수도 있는 선택,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했다. 정치의 정점에 올라가 본 사람의 높은 혜안이다. 욕망에 눈이 어두워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지구에 가하는 인간의 폭력을 멈출 수 있는 정견(正見)의 정치가가 필요하다.
셋째,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거짓말은 자신과 대중과 하늘을 속이는 일이다. 반면교사로서 리처드 닉슨·다나카 가쿠에이·박근혜의 공통점은 거짓말로 정치를 오염시켰다는 점이다. 닉슨은 경쟁 당인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도청장치 설치 음모를 은폐하고자 했다. 재선되었지만 탄핵되기 직전 하야했다. 금권과 공작 정치의 달인 다나카는 록히드사의 뇌물을 먹었음에도 거짓말로 일관했다. 총리직 퇴진 후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모르쇠로 발뺌한 뒤 탄핵당한 박근혜 또한 국민에 대한 신뢰의 정치윤리를 위반했다. 정치가의 제1 덕목은 진실과 정직이다.
넷째, 이(利)보다 의(義)가 앞선 사람이다.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월급 90%를 가난한 서민을 위해 기부했다. 영화 <12년의 밤>에서 군사독재에 맞선 그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잔인한 고문과 감시를 견딘다. 한국도 독재치하에서 지사들을 낳았다. 그들이 고통을 극복하는 힘은 애민의 마음이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익보다 사리사욕에 눈먼 사람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오히려 당당하다. 정의와 대의를 생명으로 삼은 대인들이 포진한 사회일수록 이러한 소인배들은 감히 거리를 활보하지 못한다.
다섯째, 약자와 소수를 보호하는 자다. 민주주의의 맹점은 다수의 독선과 독주다. 근대 일본의 정치가인 다나카 쇼조는 중의원 의원에 6번 당선된 선거의 달인이었다. 도치기현의 아시오 구리광산으로 인한 광독사건을 접하고, 야나카촌에 들어가 자연과 주민의 삶을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다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광석이 전쟁물자에 이용되는 걸 알고 군비와 군대를 없애기를 바랐다. 사람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 속에 들어가 그 삶을 몸소 배우며 그들과 고생을 나눠야 한다”(<조약돌 할아버지>, 사에 슈이치 글·김송이 옮김)며, 힘없는 백성의 편에 서는 정치가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삶의 중심축이 된 사람에겐 나머지도 수렴된다. 좋은 정치가는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의 안락을 뒤로하고 지역의 안녕을 위해 평생을 시민운동가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의 광기, 자본의 폭주, 탐욕에 의한 변절과 배신이 난무하는 부조리 속에서도 살신성인의 삶을 불태우는 의인들도 있다. 대중의 든든한 지지를 받은 이들이 앞장서서 붕괴되는 공동체를 재건하도록 주권자의 의무를 발휘해야 한다. 이번에는 역사의 진보를 믿는 서민들의 의지를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한동훈 “이재명 당선무효형으로 434억원 내도 민주당 공중분해 안돼”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서울시 미팅행사 ‘설렘, in 한강’ 흥행 조짐…경쟁률 ‘33대 1’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