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요람
이제 막 돌 지난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낸 건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다. 얼마 전 돌잔치에서 붓과 색색가지 종이를 집었다는 이 아기는, 요란하게 칭얼대는 법 없이 조용히,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지배했다. 생존을 위한 필살기로 귀여움을 장착한 아기가 유도하는 대로, 우리는 시선을 옮기고 그의 옹알이에 대꾸했다.
아기는 주변의 모든 것에 그의 모든 집중력을 발휘해 반응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펼치자 음식 사진들의 화려한 색감에 반응하듯 아기가 바빠졌다.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건넸다. 식당 테이블 아래 매달려 있는 서랍을 열고 숟가락을 꺼내는 순간,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반응한 아기는 어김없이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에게는 온통 새로운 자극으로 가득 차 있을 세상을 향해 싱싱한 호기심을 전하는 아기가 조금은 부러웠다. 삶의 경험을 축적해나가면서도, 첫 순간들처럼 세상에 반응하는 삶이 가능할까.
세상을 흡수하는 아기 옆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엄마를 본다. 엄마는 화가이지만, 출산 이후 잠시 작품 활동을 멈춘 상태다. 그와 이야기하다 보니, 화가 베르트 모리조가 그의 언니 에드마와 딸 블랑슈를 그린 작품 ‘요람’이 떠올랐다. 화가였던 에드마는 해군장교와 결혼해 파리를 떠나 항구도시 로리앙에 정착했는데,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언니는 동생과 함께 그림 그리던 시절이 그립다는 편지를 보내곤 했다. 왼손은 턱을 괴고, 오른손은 요람 위에 올려둔 채 잠든 아기를 바라보는 언니에게서 베르트 모리조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아기를 향한 에드마의 시선을 보는 나의 마음이 복잡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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