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을 한방 맥이네”...민주 총선 ‘티저 현수막’, 온라인서 비난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겨냥해 현수막 변신을 시도한다’며 17일 ‘티저 현수막’을 공개했다. 하지만 난해한 디자인과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씨체, ‘청년 혐오’로 읽힐 수도 있는 불분명한 문구로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젊은세대를 대체 얼마나 멍청하다고 생각하면 이런 문구를 생각할 수 있느냐” “민주당도 이제 50대 장년층들 밖에 없어서 이런 문구가 나온다” 등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정치권에서는 “어설프게 MZ세대 흉내대다가 ‘꼰대당’임이 들통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사무처는 이날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2030세대에 집중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티저 현수막’을 공개했다. 공개한 현수막에는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청년층을 겨냥하겠다면서 이들을 철없고 정치와 경제를 잘 모르는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청년 혐오성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이 현수막에서 사용했던 민주당 당색이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니블루’(문재인 전 대통령의 파란색이란 뜻)로 불렸던 푸른색 사용은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대신 기하학적 무늬를 넣었다. 티저 현수막은 공식 현수막 공개에 앞서 일주일간 수도권과 광역시 시·도당 위주로 게시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뜨악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개 전 사전에 현수막 디자인을 접했던 총선기획단 인사는 “내부에서도 처음에 시안을 보고 ‘이건 뭐지’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 당직자는 본지에 “현수막 디자인만 봐서는 국민들이 민주당인 줄 알기 어려워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현수막 문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같은 문구가 2030세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데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MZ세대를 반영했다는데 MZ가 저러지도 않겠지만 저런다 해도 그걸 저렇게 선동질 하는건 정치가 아니다” “이거는 걍 요즘 젊은세대들 맥이는 것” “신라호텔 망고빙수 사먹게 1억 넣어달라는 문구랑 뭐가 다르냐” “청년 유입은 안되고 86세대만 있다보니 이런 디자인이 나왔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티저 문구 내용이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홍보마케팅 전문가는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제목을 차용한 문구 같은데 그 책이 나온지가 벌써 5년이 됐다”며 “젊어보이려고 애쓰는 아저씨 느낌”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스럽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은 총선용 현수막 디자인을 총선기획단 차원에서 준비해왔다. 기존 로고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고 총선에만 활용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 인사들은 “깜짝 놀랄 디자인이 나올테니 기대하라”고 말해왔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중앙당 공식 행사를 통해 티저 현수막 외에도 공식 사용할 새로운 현수막 디자인을 공개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민주당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올드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기존 정치권 현수막 디자인을 탈피해보자는 취지에서 디자인과 문구를 2030 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바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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