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주변 권력자 몸 던져야" "버스 동원 나쁜 방법"... 인요한 힘 싣기

혁신위원회 회의에 '원로 강연자'로 초빙
金 "마음 급한 尹, 국민들에 오만하게 보여"
李 "與, 인선 잘했으니 印에 힘 보태줘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8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원로들이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 주변 권력자들이 희생해야 한다", "버스 동원은 나쁜 방법"이라며 김기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겨냥했다.

혁신위는 17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이종찬 광복회장을 강연자로 초청해 두 시간가량 고언을 들었다. 먼저 나선 김 전 대표는 당의 위기상황을 만든 근본적 원인으로 '잘못된 공천'을 지목했다. 김 전 대표는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건 정당민주주의 확보인데 요체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며 "당·보수가 분열되는 모든 원인은 잘못된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혁신위는 정당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상향식 공천'을 당에 권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김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방향은 아주 잘 잡고 하고 있는데 왜 지지율이 낮은지 고민했다"며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너무나 나라를 많이 망쳐놓은 것을 짧은 시간에 빨리 바로잡겠다는 마음에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권력은 국민에게, 여당은 야당에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을 독점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몸을 던져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요한 위원장이 줄곧 주창해온 '희생'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친윤석열계 핵심의 불출마를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불출마라는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회장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국민이 보는 국민의힘은 당내 문제로만 서로 (다툼) 하지, 한 발짝도 밖을 향해 나아가질 못하는 인상이어서 과감하게 중도 보수의 길로 가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당내 문제로 싸우는 사이에 텅텅 빈 '중원'으로 나와 정책 경쟁을 벌이는 게 국민의 바람이라고 충고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인 위원장의 행보를 지지하는 한편, 혁신위와 당 지도부의 내홍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 위원장은 사실 국민의힘에 굉장한 플러스(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며 "인선은 잘 했는데, 괜히 힘을 안 보태주면 안 된다.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당에서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인요한)이 말한 것에 반발해 버스에 당원 동원해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선거를 위해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용퇴론'의 당사자인 장제원 의원의 세 과시를 겨냥한 발언이다.

현 정부 들어 불거진 이념 논쟁도 비판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 문제는 완전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일"이라며 "이런 졸작은 만들지 말라고 (혁신위에) 말했는데, 이게 바로 중원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