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심’ 바꾸랬더니, 윤심 팔아 변죽만 울리는 이상한 여당 혁신

한겨레 2023. 11. 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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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혁신이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대통령의 국정 기조 쇄신과 비민주적 당정 관계 변화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고, 그마저도 당 지도부와 '윤핵관'의 극렬한 반발 탓에 한치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가리키는 여당의 혁신 방향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다.

윤 대통령 국정 기조와 당정 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국민에겐 그들만의 권력 투쟁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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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보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을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당 혁신이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대통령의 국정 기조 쇄신과 비민주적 당정 관계 변화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고, 그마저도 당 지도부와 ‘윤핵관’의 극렬한 반발 탓에 한치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민심의 최후통첩을 받고도 알량한 권력 다툼으로 지새는 여당의 현주소가 볼썽사납다.

인요한 혁신위는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국민의 실망을 자초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가리키는 여당의 혁신 방향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다. 또 윤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에 맹종하는 게 아니라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여당으로 국민의힘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환자는 서울에 있다”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정작 혁신위는 이런 본질적 요구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 당신이 이런 거 틀렸소, 이렇게 저보고 위로 올라가라는 건 월권”이라고 처음부터 스스로 선을 그었다. 대신 당 지도부와 일부 윤핵관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만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말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을 시작으로 ‘공천 물갈이’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대통령에게서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과시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혁신위가 아니라 친위대에 가깝다.

물론 당 지도부나 윤핵관 등 당내 기득권 세력의 책임을 묻고 면면을 바꾸는 건 빼놓을 수 없는 혁신 과제다. 그러나 순서가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반성과 변화를 최우선으로 요구하는데, 대통령은 성역으로 둔 채 고작 아랫사람 바꾸는 걸로 범위를 좁혀서야 어느 누가 이를 혁신으로 받아들이겠나. 기존 영남 중진들 쳐낸 자리에 용산 대통령실 출신 최측근 ‘찐윤’ 인사들을 앉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이제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 윤핵관을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출신 핵심 관계자)으로 물갈이하는 게 혁신위 역할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17일, 내년 총선 모든 지역구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전략공천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고 의결한 건 이런 의문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쇼’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윤 대통령 국정 기조와 당정 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국민에겐 그들만의 권력 투쟁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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