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투구 어떻게 활용할지 몰랐지만"...KBO 원조 '좌승사자', 어떻게 ML 연착륙에 성공했나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내 투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KBO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발로 5시즌을 보낸 뒤 2020년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이후 효과적인 구원투수로 활약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재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무엇을 추가하고, 조정할 수 있는지 스스로 배웠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역수출 신화를 쓴 것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메릴 켈리만 있는 게 아니다. 뉴욕 메츠의 브룩스 레일리도 있다. 레일리는 국내 프로야구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선수다. 무려 5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에서 뛴 좌완 에이스 투수였기 때문이다.
레일리는 2009년 시카고 컵스의 지명을 받아 2012년 빅리그에 데뷔에 성공했다. 그러나, 레일리는 데뷔 시즌 1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8.14에 그치며 부진했고, 2013년에는 9경기 평균자책점 5.14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치며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레일리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었다.
레일리가 도미니카 윈터 리그에서 뛰던 당시 롯데 해외 스카우트 담당은 레일리를 눈여겨봤다. 결국 레일리는 2015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것과 달리 레일리는 KBO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019시즌까지 롯데에서 활약하며 롯데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남겼으며 좌타자에게 강했기에 '좌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KBO리그 통산 5시즌 동안 152경기 910이닝 동안 48승 53패 평균자책점 4.13 755탈삼진 345사사구의 성적을 거뒀다.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았으나, 2019년에는 19번의 퀄리티스타트(QS)와 4점 이하의 평균자책점, 1점 초중반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의 기록에도 5승 14패로 최다 패전 투수가 된 것을 보면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롯데가 2017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하위권을 맴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팬그래프 데이비드 로릴라 기자는 레일리와 16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생활에 대한 질문에 레일리는 "나는 한국에서 정말 많이 배웠기 때문에 좋았다"며 "선발 투수였지만 체인지업이나 커터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나는 스포츠 분석 측면에 빠져들었고, 커터를 배운 뒤 싱커와 슬라이더가 더 좋아졌다. 모두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후 KBO리그에서 활약을 인정 받은 레일리는 2020년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 메이저리그 복귀전까지 가졌다. 그러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지명할당(40인 보호선수 로스터 제외)됐다. 다행히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웨이버 클레임을 걸어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휴스턴 유니폼을 입은 레일리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휴스턴에서 2020시즌 후반기 17경기 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2021시즌에도 휴스턴과 함께했고, 58경기에 나와 2승 3패 1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78을 올렸다. 2020년에 이어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았다. 휴스턴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며 레일리는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2021시즌이 끝난 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었다.
레일리는 "휴스턴에서 2020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21년에는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해 내 평균자책점은 4.80이었으나,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는 3.00정도였고, SIERA(타구 질을 반영한 기대 평균자책점)도 좋았다"며 "이것은 내가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을 맺게 된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FA 계약을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로 이적했다. 2년 1000만 달러(약 129억원) 보장 계약으로 1년차 425만 달러(약 55억원), 2년차 450만 달러(약 58억원)를 연봉으로 받으며, 1년 650만 달러(약 84억원)의 클럽 옵션이 있고 구단이 옵션 실행을 포기할 경우 125만 달러(약 16억원)의 바이아웃이 지급되는 형식이었다. 당시 탬파베이에서 활약한 코리안리거 최지만과 함께 뛰었다. 성적은 60경기 1승 2패 25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2.68로 메이저리그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레일리는 "나는 내 투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브렌트 스트롬(現휴스턴 투수 코치)는 나에게 슬라이더를 얼마나 멀리 던질 수 있는지 물어보고, 어떻게 던져야 할지 알려줬다. 나에겐 (구종 구사)비율과 사용량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내가 좋은 슬라이더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도움으로 인해 삼진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2023시즌을 앞두고는 맞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WBC를 앞두고 진행한 LA 에인절스와 연습 경기에도 나섰다. 그러나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아쉽게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낙마하며 출전은 무산됐다.
올 시즌 레일리는 WBC 출전 무산의 아쉬움을 정규시즌에서 털어버렸다. 메츠의 필승조로 활약하며 66경기 1승 2패 2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마크했다. WHIP가 1.26으로 2022시즌(0.97)에 비해 높아졌으나, 19실점 17자책점으로 선전했으며 소화 이닝이 지난 시즌보다 1이닝 더 많았다. 메츠 역시 레일리의 활약에 만족하며 1년 옵션을 행사했다. 레일리는 2024시즌 메츠에서 한 시즌 더 머문다.
그는 "KBO리그에서 나는 매년 180이닝 이상을 던졌고, 내가 원하는 것을 증명했다"며 "나는 메이저리그로 돌아올 기회가 있다고 느꼈고, 나에게 그 기회를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내 아내는 한국의 부산을 너무 좋아했지만, 언젠가 다시 빅리그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 생활을 회상했다.
미국 '뉴욕 포스트'는 지난달 24일 "올 시즌 메츠의 불펜은 실망스러웠지만, 아담 오타비노와 브룩스 레일리를 뛰어넘는 자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브룩스 레일리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분석이 효과를 보며 메릴 켈리와 함께 KBO 역수출을 써내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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