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킬러’ 없어도 난도 높아진 수능, 근본 개편 없이 사교육 못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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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정부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이후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6일 치러졌다.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은 16일 2024학년도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능은 출제 문제의 난도를 높일수록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
게다가 6월 모의평가 직전에 갑자기 대통령 지시로 킬러 문항 배제가 추진되면서 올해 수능은 그 어느 해보다 출제 경향 예측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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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정부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이후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6일 치러졌다. 이전에 볼 수 없던 까다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되는 등 수험생 체감 난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애초 의도했던 정책 목표와는 반대로, 사교육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봤거나 수능 응시 경험이 있는 졸업생 응시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은 16일 2024학년도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킬러 문항 여부만을 확인하는 출제점검단을 별도로 만들어 이중으로 걸러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킬러 문항 배제로 수능이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대체로 국·영·수가 모두 어려웠던 ‘불수능’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방송(EBS)의 체감 난이도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2764명 가운데 85.9%가 수능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또 교육방송이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데 따르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영역은 146점, 수학영역은 147점이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점수가 응시자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주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엔 국어와 수학이 각각 134점과 145점으로 올해보다 낮았다.
수능은 출제 문제의 난도를 높일수록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 5지선다 상대평가 시험의 특성상 응용문제 풀이를 많이 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6월 모의평가 직전에 갑자기 대통령 지시로 킬러 문항 배제가 추진되면서 올해 수능은 그 어느 해보다 출제 경향 예측이 어려웠다. 수능 출제 당국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누리집 게시판에는 ‘킬러보다 더 어려워졌다’ ‘갑작스럽게 정책이 바뀌어 혼란을 주고 예측 불가능한 문제 출제를 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책 일관성이 떨어질수록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게 하는 사교육 의존도는 높아진다.
킬러 문항 배제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킬러 문항과 사교육 업체 간 카르텔만 단속하면 사교육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은 매우 안이한 접근이다. 정부는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내신은 5등급 상대평가로 완화하는 대신, 수능은 현행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수능 영향력을 더 키우게 되는 셈이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을 포함한 근본적 제도 개편 없이 단편적이고 즉흥적 정책 추진은 득보다 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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