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도사' 이재성이 있기에 가능한, 클린스만식 '자유축구'

박찬준 2023. 11. 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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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펼쳤다. 슈팅을 시도하고 있는 이재성. 결과는 오프사이드.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1.16/
클리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펼쳤다. 골을 성공시켰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있는 이재성.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1.16/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튀니지의 경기, 이재성이 넘어지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0.13/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클린스만식 자유축구, 핵심은 '축구도사' 이재성(마인츠)이다.

초반 비판을 받았던 클린스만호가 조금씩 위력을 보이고 있다. 상대가 약했다고는 하나, 최근 3경기에서 무려 15골을 폭발시켰다. 한국이 A매치에서 3경기 연속 4골차 승리를 거둔 것은 2000년 이후 23년만이다. 9월 유럽 평가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격축구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를 낳았던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부터 기류를 바꿨다.

해법은 역대급 2선 활용이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와 6위에 올라 있는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황소' 황희찬(울버햄턴), 독보적인 테크니션 '슛돌이' 이강인(파리생제르맹)까지 한국축구는 '황금 트리오'의 등장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은 기술과 스피드, 결정력까지 두루 갖춘, '월클급' 라인업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A매치부터 '손-황-이' 트리오에 대한 '자유도'를 극대화시켰다. 이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줬다. '해줘' 축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격진영에서는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맡기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그의 존재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때로는 9번, 때로는 8번으로 보일 정도로, 공격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좌우 측면도 쉴 새없이 오가고 있다. 황희찬의 자리는 왼쪽이다. 황희찬은 좌우 모두 소화가 가능하지만 왼쪽일때 더욱 위력적이다. 이강인의 자리는 오른쪽이다. 중앙 보다는 오른 측면을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손-황-이' 트리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위치에서 좋아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2경기 연속골, 이강인은 3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모든 팬들이 원하는 손흥민-이강인의 공존도 가능해졌다. 점점 시너지를 높이는 모습이다. 손흥민은 "자유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르다. 세밀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없다. 물론 선수들의 재능이 좋고, 컨디션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유로움은 포지션적으로나 움직임적으로나 준비한 것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가 자유롭게 플레이하면 섬세하게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실텐데 충분히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튀니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이재성이 문전으로 드리블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13/
클리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펼쳤다. 대표팀의 크로스를 막아서고 있는 싱가포르 선수들.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1.16/

자유축구의 밸런스를 잡아주는게 '엔진'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축구도사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빼어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자유로움 속의 질서를 잡아주고 있다. 쉼없는 움직임으로 압박의 선봉에 서며, 누구보다 빠른 수비 커버로, 2선 공격수들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다. 공격시에는 탁월한 위치선정과 순간적인 탈압박 능력으로 템포를 올려준다. 필요시에는 적절한 위치 변경을 통해 다른 2선 공격수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때에 따라서는 전방으로 올라가 숫자를 늘림과 동시에 직접 득점을 노리기도 한다.

싱가포르전 공격적인 황인범을 원볼란치(한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2선과 3선을 오간 이재성의 플레이 때문이었다. 이재성은 중앙은 물론, 측면까지 두루두루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며, 2선의 자유로운 플레이에 윤활유를 칠하고, 동시에 질서를 잡아줬다. 이재성의 움직임에 따라 클린스만호는 4-1-4-1, 4-2-3-1, 4-1-3-2, 4-4-2를 오갔다. 이재성의 움직임이 곧 전술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이재성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듯 하다. 이재성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모든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위치도 다양했다. 중앙은 물론, 좌우 측면 미드필더까지 전지역에서 뛰었다. 이재성은 딱 부러지는 활약으로 2선에 힘을 더했다. 다양한 조합 속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아 무대에서 득점력을 올리기 위한 선택으로 '자유 축구'를 밀어붙일 기세다. 자칫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언성히어로' 이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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