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 상장 첫날 58% 급등...기관 2400억 매도 폭탄, 개미가 받았다
이달 상장 12곳 중 3번째로 높아
개미, 2조1168억원 매수로 대응
개미가 이겼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첫날인 17일 국내외 기관이 2400억원어치 매물을 쏟아냈지만, 결국 개인이 물량을 받아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차전지주의 약세도 3분기 실적 부진도 ‘에코개미’의 기세를 꺾을 순 없었다. 이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무려 60%였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공모가(3만6200원) 대비 58.01% 오른 5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80% 넘게 급등하며 6만58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3조9026억원으로 올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84위에 안착했다.
국내외 기관이 총 2406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개인투자자는 238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방어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전체 개인 순매수액(2932억원)의 81%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첫날 상승률은 이달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 12개 중 3번째로 높다. 에스와이스틸텍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26% 올랐으며, 유투바이오는 94% 상승한 바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보다는 덩치가 작은 코스닥시장 상장사다.
앞서 증권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첫날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70대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마저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17.2대 1에 불과했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1141개 기관 중 871개(76.3%)가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3만62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써냈다. 기관 투자자 10곳 중 8곳이 3만6200원은 비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이들의 신청 물량을 제하고 공모가를 밴드 하단인 3만6200원으로 정했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증권신고서에 적어 낸 공모주 수량에서 20%를 늘리거나 줄여 청약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밴드 내 가격을 적어 낸 기관이 많지 않았던 만큼, 자연스럽게 기관 한 곳이 가져가는 물량은 크게 늘었다. 기관 1곳 당 평균 1만4813주를 배정 받았다. 앞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기관 1곳에 배정된 주식 수가 5196주에 불과했다. 기관 한곳이 배정 받은 물량을 첫날 전량 매도한다고 가정할 때, 두산로보틱스 때보다 3배 많은 물량이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이들 기관은 의무보유 확약도 거의 하지 않았다. 기관 투자자들이 받아간 공모주 중 97.4%(620만6824주)가 의무보유 미확약 물량이었다.
실제로 이날 국내·외 기관은 539만4000주를 쏟아냈다.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됐던 물량(636만9440주)의 84%에 해당되는 규모다.
공모주에 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는 오전부터 끊임없이 물량을 쏟아냈는데, 개인 투자자가 이를 모두 받아냈다”면서 “수요예측 후 공모 물량을 줄인 영향도 있겠지만, 개미의 이차전지 사랑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 상승이 이날 하루로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올해 6월부터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 확대’ 제도가 시행되며 이른바 공모주 대박을 노린 유동성이 IPO 시장에 몰렸을 뿐, 그 외의 모멘텀(동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지난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2400억원, 영업손실은 69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지만, 적자로 전환했다.
사업이 연결된 그룹 계열사들의 잇따른 상장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날 에코프로그룹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에코프로가 4.5%가량 하락해 60만원대로 내려앉았고, 에코프로비엠도 2% 가까이 주가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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