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상대 멱살 잡을 정도로 폭발 "선배 존중할 줄 알아야"…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 0-2 패배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리오넬 메시가 상대 멱살을 잡았다. 이례적으로 크게 분노한 메시와 함께 아르헨티나도 풀리지 않는지 월드컵 예선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17일(한국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라 봄보네라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 5차전에서 우루과이에 0-2로 졌다. 앞서 치른 4차례 예선전을 모두 이기며 카타르 월드컵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주던 아르헨티나는 이번 예선 첫 패배를 기록했다.
A매치 통틀어서도 거의 1년 만에 경험하는 패배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1월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무릎을 꿇은 게 마지막 패배다. 이후 6연승을 달리며 월드컵 정상에 선 아르헨티나는 올해 파나마전을 시작으로 평가전 4경기와 남미예선 4경기를 모두 이겨 14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승승장구하던 아르헨티나였으나 우루과이를 맞아서는 맥을 못 추렸다. 그것도 홈에서 펼친 경기였는데 아르헨티나는 전반 41분 로날드 아라우호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이 끝나가던 42분 다윈 누녜스에게 쐐기골을 맞고 무너졌다.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특히 메시는 경기 도중 우루과이의 수비수 마티아스 올리베라의 멱살을 잡기까지 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시종일관 강하게 부딪혔고 이 과정에서 감정이 쌓였다. 그리고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메시도 신체 접촉을 했다. 이외에도 우루과이 수비수 마누엘 우가르테가 메시의 신경을 긁는 장면도 포착될 만큼 상당한 긴장감 속에 경기가 흘러갔다.
메시는 우루과이 선수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경기가 끝나고 '문도 데포르티보'에 따르면 메시는 "우루과이의 어린 선수들은 연장자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사실 이런 주제에 대해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경기는 늘 격렬했지만 존중심이 결여된 적은 없었다"라는 말로 이날 자신이 화를 내야만 했던 이유를 암시했다.
그러면서도 메시는 "우루과이는 현재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여러 경험을 통해 독특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감독이다. 비엘사 감독이 우루과이 선수들을 뛰어나게 만들었고 상대하기 어려웠다"며 "우루과이는 몸싸움이 상당했고 빨랐다. 매우 거친 플레이를 해 우리가 편안하게 경기할 수 없었다. 공을 소유하지 못했다. 우루과이를 만나면 늘 쉽지 않다. 이번에도 우리가 질 만한 경기였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홈이기도 하고 사실 메시를 위한 자리였다. 메시는 지난달 역대 최고의 선수(Greatest Of All Time•GOAT) 반열에 올랐다. 축구계 가장 권위 있는 개인상인 프랑스풋볼 발롱도르를 8번째 수상했다.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 우승이 반영된 올해 메시는 엘링 홀란드와 킬리안 음바페를 따돌리고 발롱도르 주인공이 됐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발롱도르 최다 수상의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2009년 처음 발롱도르를 받았던 메시는 2012년까지 4년 연속 수상의 진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2015년, 2019년, 2021년까지 수상 기록을 이어갔다. 7번의 수상도 앞으로 깨기 어려워 보였는데 올해 하나 더 추가하며 8차례 황금공을 품에 안는 초유의 대업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발롱도르 수상에 대한 기념식이 있을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런데 막상 휘슬이 울린 뒤에는 메시가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메시를 비롯해 훌리안 알바레스, 니콜라스 곤살레스를 스리톱으로 가동한 아르헨티나는 엔소 페르난데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로드리고 데 폴을 중원에 배치했다. 포백도 니콜라스 타글리피아, 니콜라스 오타멘디, 크리스티안 로메로, 나우엘 몰리나가 섰고, 골문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지켰다. 월드컵을 우승할 때 멤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는 내려서서 강하게 압박하는 우루과이를 공략하지 못했다. 메시는 경기 초반부터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는 우루과이 수비 방법에 고전했다. 아르헨티나가 이렇다할 공격을 펼치지 못하자 우루과이가 전반 40분 아라우호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들어 앙헬 디 마리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를 투입하며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만회골은 터지지 않았고 답답한 시간만 흘러갔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11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메시가 시도한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때리면서 불운에 울었다.
만회골 없이 경기 막바지에 다다르자 메시가 무리하게 상대 진영을 돌파하려다 볼이 끊겼다. 그대로 역습을 허용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42분 누녜스에게 쐐기골을 맞고 패했다.
메시가 우루과이 선수들에게 화를 냈지만 경기 후 절친 루이스 수아레스와는 따뜻한 포옹을 해 눈길을 끌었다. 두 선수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쌓은 우정으로 축구계를 대표하는 절친으로 알려져있다.
메시와 수아레스는 현역 마무리 시점에 다시 동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메시의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가 수아레스 영입을 희망하고 있어 둘이 재회하는 그림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메시의 침묵 속에 아르헨티나는 예선 첫 패배를 기록했다. 그래도 4승 1패(승점 12)의 성적으로 여전히 남미 예선 1위를 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첫 패배를 안긴 우루과이는 3승 1무 1패(승점 10)로 2위에 오르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이제 연패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공교롭게 다음 상대가 숙적 브라질이다. 브라질 축구 성지인 마라카낭에서 원정 경기를 펼쳐야 하기에 우루과이전 패배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브라질도 마찬가지. 브라질은 이번 예선에서 2승 1무 2패(승점 7)로 5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전 무승부를 시작으로 우루과이, 콜롬비아에 연패하며 3경기째 승리가 없다.
아르헨티나가 패한 날 브라질도 고개를 숙였다. 콜롬비아를 상대한 브라질은 킥오프 4분 만에 가브리엘 마르티네스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30분과 34분 연거푸 실점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비니시우스도 콜롬비아전 도중 허벅지를 다쳐 아르헨티나전에 결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도 이어질 아르헨티나와 홈경기까지 승점을 놓치면 북중미 월드컵으로 나아가는 데 상당한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서로 패배를 안은 상황에서 맞불을 두 팀의 대결에 벌써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브라질을 잡은 콜롬비아는 얼마 전 아버지가 반군에 납치됐다 풀려나는 사건을 겪은 루이스 디아스가 헤더로 2골을 넣었다. 가족 곁으로 돌아온 디아스의 아버지는 경기장에서 아들이 브라질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며 감동의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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