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찬바람…오피스텔 기준시가 첫 하락

국세청 내년 기준시가 발표
4.8% 뚝…상가도 동반 내리막
대구 오피스텔 7.9% 떨어져
서울보다 지방 하락폭 더 커
"월세보다 은행 이자가 나아"
신규 공급물량도 줄어 냉랭
상속·증여때 稅부담은 줄 듯

17일 국세청이 내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할 때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과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를 발표했다. 각각 전년 대비 4.78%, 0.96% 하락했다.

두 가격이 동시에 떨어진 건 2005년 고시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오피스텔은 기준시가 하락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상가는 오르락내리락 부침이 있었지만 2015년 이후 처음 떨어졌다.

기준시가 하락으로 세 부담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오피스텔과 상가 기준시가는 상속세, 증여세,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 실거래가나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거나 실거래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기준시가를 사용해 세액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상가 보유자들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재산세 등은 국세청 기준시가가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시가표준액에 따라 부과한다. 오피스텔·상가 재산세 등에 적용하는 시가표준액은 내년 초에 나오기 때문에 국세청 기준시가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과 상가 가격이 동시에 밀린 이유는 금리 상승 영향이 크다. 오피스텔과 상가는 대표적인 투자형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사례가 일반적인데 금리가 높으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에는 수익으로 연 3~5%만 내도 괜찮았던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금리가 높게 오르면서 그만큼 떨어졌다"며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사서 월세를 받는 것보다 은행에 돈을 넣어 이자를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의 경우 투자용이 아닌 실거주용·주거용 수요도 많지만, 특례보금자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 가격과 수요 위축을 가져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신규 오피스텔 공급량도 급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신규 분양은 3385건에 그쳤다. 신규 분양이 2021년 3만6469건, 2022년 2만409건임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진원창 알스퀘어 부동산사업부 빅데이터분석실장은 지방을 위주로 부동산 경기가 더욱 위축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진 실장은 "지방 부동산의 하락폭이 크고 시장 분위기가 수도권 대비 더 악화돼 있는 건 맞는다"며 "세종·대구·울산의 상업용 부동산 기준시가 하락세가 더 큰 것도 이런 영향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날 국세청 발표를 보면 대구 오피스텔 기준시가 하락률은 7.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도는 7.3%로 뒤를 이었다. 서울 오피스텔은 2.7% 떨어져 평균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대형 상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는 세종시가 3.3%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컸다. 세종시 상가 기준시가 하락률은 작년에도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중앙 정부부처가 거의 다 내려가 있는 세종시지만 많은 상가가 아직 텅 비어 있다. 불 꺼진 유령상가도 아직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으로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에 달한다. 전국 평균 13.6%의 2배 수준이다. 서울 공실률은 8.8%에 그친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이 지난 16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9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전달보다 3.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금액도 전월(4916억원)보다 5.1% 줄어든 4664억원으로 집계됐다. 상가와 사무실 매매 거래량은 지난 8월 3682건 대비 지난 9월 3228건 거래되며 12.3%나 떨어졌다. 동 기간 거래금액도 2조1875억원에서 1조583억원으로 급감했다.

[문지웅 기자 /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