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2023. 11.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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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이메일에 어린아이의 귀여운 글씨가 담긴 이미지가 떴다.

필자 회사의 대표적 어린이 세트메뉴에는 장난감이나 책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이 '식사만큼은 편히 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사람 중심 철학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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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이메일에 어린아이의 귀여운 글씨가 담긴 이미지가 떴다.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어주시는 이모, 아저씨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다. 부산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우리 매장에서 식사한 뒤 감사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낸 것인데, 어린 고객의 따뜻한 마음에 매장 직원들뿐만 아니라 필자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외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전국에서 하루 40만명 이상의 고객들을 만나다 보면 이러저러한 불평불만의 목소리를 마주하는 게 일상이다. 이런 일상 속에서 고객들이 보내주시는 칭찬과 감사의 메시지는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단비처럼 반갑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직원에게, 유모차를 위해 문을 잡아준 직원에게, 아이에게 작은 장난감을 챙겨준 직원에게, 어르신에게 키오스크 작동법을 친절히 알려주는 직원에게 많은 고객들이 감사 메시지를 전한다. 빠르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고 왔던 '패스트푸드점'에서 굳이 시간을 내서 직원 이름을 확인하고 웹사이트에 칭찬 글을 올리는 분들의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 이것은 '사람'을 중시하는 마음과 마음이 맞닿은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한때 사람이 서 있던 많은 위치를 기계가 대신한다 해도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가령 우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슬쩍 건네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우리가 행하는 일련의 모든 업무와 서비스는 모두 다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일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필자의 회사는 언제나 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의 회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가장 중요한 경영 철학인데, 회사의 가치를 실현하고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우리 사람들이라는 확고한 믿음에 기반한다. 필자 회사의 대표적 어린이 세트메뉴에는 장난감이나 책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이 '식사만큼은 편히 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사람 중심 철학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학력·나이·성별·국적·장애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취업 기회가 열려 있는 '열린 채용'은 필자 회사의 사람 중심 경영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다. 손주를 대하듯 아이 손님에게 눈을 맞추고 20대의 동료 크루들에게는 삶의 조언자가 되기도 하는 시니어 크루, 야무진 손으로 빠르고 예쁘게 버거를 만들어내는 주부 크루 등 주부, 시니어, 장애인, 외국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전국 매장에서 우리 유니폼을 입고 근무 중이다. 올해 '친절상'을 수상한 한 남성 주부 크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간 사이 매장에 나오는데 특히 어린이 고객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시 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거치는 모든 고객 경험의 중심에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그래서 더욱 포용적인 우리 직원들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 부산의 어린이 고객에게 매장 직원들은 작은 선물과 함께 롤링페이퍼 답장을 적어 전달했다. 어린이 고객은 "더 자주 오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우리는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는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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