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디지털코리아 … 주민센터·은행·도서관까지 불똥
오전 9시전부터 업무 차질
종료때까지 원인파악 못해
"부동산거래 있는데 어떡해"
헛걸음 한 시민들 분통
행안부, 세금납부·신고 민원
수기접수후 소급처리하기로
訪美 이상민 장관 긴급 귀국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 '시도새올'과 온라인 민원 서류 발급 서비스 '정부24'가 17일 일제히 멈춰 서면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시도새올과 정부24가 이날 멈추면서 구청, 주민센터 등 민원 서류 발급 기관의 서류 발급 업무가 사실상 온종일 중단됐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정부24는 가입자만 약 2000만명에 달한다. 주민등록등본 등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는 서류가 371종에 달한다. '민원24'가 '정부24'에 통합됐기 때문에 현재 각종 민원 서류 온라인 발급은 정부24에서만 가능하다.
한국의 공공행정 시스템이 온·오프라인 모두 멈춰 서면서 민원인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은행에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은 뒤 주민등록초본 등을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언제 발급이 될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서울의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에 찾은 서울 영등포구 한 행정복지센터 무인민원발급기에는 '전국적인 서버 문제로 무인발급기 사용 불가'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한 직원은 "시스템 오류로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지금이야 민원인이 없지만 오전에는 많은 분이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업무 시간을 쪼개 민원 업무를 해결하려 주민센터를 찾은 이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발길을 돌렸다. 50대 직장인 전 모씨는 "전세 확정일자를 받으러 왔는데 헛걸음만 했다"며 "만약 오늘이 최종일이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느냐"고 말했다.
정부24의 먹통으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도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은행들은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 금융결제원 신분증 진위 확인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 상태라는 공지를 올렸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이용한 신분증 진위 확인, 공공 마이데이터 이용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았다. 각종 금융 관련 커뮤니티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금융소비자는 "계좌 개설이 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다시 앱을 깔고 시도해 보라고 했지만 신분증 오류로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일부 국공립 도서관은 서적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새올이 마비되면 행정 서류 발급만이 아니라 긴급 상황 발생 시 문자 발송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하게 복구를 완료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시도새올과 정부24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 시스템을 통해 운영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있을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비해 협력을 강화하고 원칙을 정해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정작 정부 시스템 '먹통'에는 우왕좌왕한 만큼 위기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출장 중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고기동 행안부 차관에게 보고받고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이 장관은 행안부와 모든 유관 부서가 참여하는 대책본부를 구성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행안부는 온라인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주민센터에서 처리되는 납부나 신고 등 공공민원에 대해 납부 기한을 장애가 복구돼 낼 수 있게 되는 시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확정일자 등 즉시 처리해야 하는 민원은 민원실에서 우선 수기로 신청받고 17일 자로 소급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IT 시스템은 구성하는 규모가 크고 복잡할수록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그에 비례한다"며 "이에 따라 운영 주체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평소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권오균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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