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만난 중일 정상 '전략적호혜' 재확인…현안 성과는 미흡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의 기본 원칙인 '전략적 호혜관계'를 재확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이라는 방향성을 확인했다"며 "전략적 호혜관계를 추진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호혜관계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6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것으로, 양국은 2008년 전략적 호혜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중일 4대 정치 문건 중 가장 최근에 합의된 것으로, 개별 현안에 따른 갈등에도 서로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의사소통을 해나가면서 양국 관계의 안정을 도모하자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시 주석도 회담 모두발언에서 "평화공존, 세대우호, 상생협력, 공동발전은 중일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정확한 방향"이라고 말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전했다.
그는 "양국은 역사의 대세를 파악하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공동 이익에 주목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갈등을 관리해 안정을 도모하자는 데에는 양국 정상이 뜻을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고위급 경제대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긴밀한 의사소통을 계속해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양자 회담을 통해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하는 등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갈등 관리'에 뜻을 모은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영유권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이 취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의 철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 설치된 중국의 부표 철거, 중국에서 구속된 일본인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장 양국 간 현안 관련 구체적인 성과는 미흡하다.
대표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꼽을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냉정한 대응과 수입 규제의 철폐를 요구했고 양국이 건설적인 협의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앞으로 전문가 수준에서 과학에 입각한 논의를 벌여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분위기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핵오염수'라는 표현을 쓰면서 "일본은 국내외의 합리적인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TV(CCTV)는 전했다.
시 주석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해양 배출은 인류의 건강, 전 세계 해양환경, 국제 공공이익에 관련된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다만 양측은 오염수 해양 배출 문제와 관련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적절한 방법을 찾기로 합의했다고 CCTV는 전했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은 작년 11월 APEC 정상회의 기간 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중일 양국의 관계는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미중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갈등 요인이 늘어나면서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게다가 일본이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의식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주창하면서 미국과 동조해온 데 대해 중국의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도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적 문제는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과 관련된다"며 "일본은 반드시 신의를 지켜 중일 관계의 기초가 훼손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일본이 대만 문제 등에서 미국과 동조하는 노선을 취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경계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일본 언론에서도 나온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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