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제로에너지 맞물려 분양가 오른다… “지금 가장 싸다”vs”시장이 결정”

조은임 기자 2023. 11.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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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기본형 건축비 올해만 세번 인상
내년 30가구 이상 아파트 제로에너지 필수
”내년 입주물량 최저, 분양가 더 밀어올릴 것”
”고분양가, 시장이 받아주느냐는 다른 문제”

고로슬래그시멘트 13.7%, 레미콘 10.3%, 슬래브 4.1%, 일반철근 2.8%. 공사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건설자재들의 지난 1년간 가격 상승폭이다.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 가격이다. 철광석의 수입물가지수는 지난달 15.4%나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가격 상승폭을 반영해 지난달 올해 들어 세 번째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단행했다. 기본형건축비는 분양가의 기준이 된다. 내년 분양가를 밀어올릴 요인은 또 있다.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내년부터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내년 분양가 상승은 이미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주상복합 공사현장 크레인 너머로 주거단지가 보이고 있다./뉴스1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은 3.3㎡당 1657만59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0.27%, 전년 동월 대비 11.51% 상승한 수치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다. 분양가격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분석한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142.38보다 6% 올랐다. 2015년 기준 공사비를 100으로 잡았을 때 5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늘고 공사를 포기하는 현장이 늘어나자 정부가 나섰다. 정부가 올해 들어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다시 한번 결정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9월 기본형 건축비(16~26층,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지상층 기준)를 197만6000원으로 1.7% 인상한다고 고시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지난 2월 1.1%, 3월 0.9%에 이어 9월 1.7% 오르며 올해만 3.74% 올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건축비가 올해보다 오르는 것은 이미 예고된 사실”이라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들도 다 올해를 넘기고 내년에 분양하려 하지 않나”고 했다.

시장에서는 분양가 상승에 대한 결과를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늘이 가장 싼 분양가’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장이 오른 분양가를 받아들일까’라는 의문이 섞인 반응도 있다.

현재 분양가가 가장 저렴하다는 주장은 내년 입주물량 감소가 겹치면서 전반적인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란 점을 근거로 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예상된다. 이는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경기도(11만843가구)와 인천(2만5516가구)도 입주 물량이 줄면서 내년 수도권 전체 물량도 14만7280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5만 가구 이하로 줄어든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 정부가 지난 7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의무대상확대 방안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오르는 건축비만 약 30%로 추정하고 있다. 박 겸임교수는 “내년 초에는 오른 가격을 두고 혼돈의 시기를 겪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입주물량 자체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중요도는 올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최근 청약시장에서 고분양 단지의 계약실적이 미비하다는 점에서 오른 분양가를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고분양가에도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던 단지들이 정작 계약률은 저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기도 광명시에 공급된 ‘트리우스 광명’의 경우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는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5개 타입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은 14.88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지만 무순위 청약까지 이르게 됐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분양가가 오르기는 하겠지만 시장에서 그것을 받아주느냐는 다른 문제”라면서 “인근 주택가격보다 비싸게 나온 경우 초기 계약이 어려웠던 것을 보면 적당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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