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명이나 죽었는데”…‘빈 라덴 편지’에 열광하는 美청년들, 무슨일이

9·11 테러의 정당성 주장 내용 담겨
팔레스타인 지지자들 사이 되살아나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편지가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사진출처 = 유튜브 영상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편지가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번 주 젊은 미국인 수십명이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빈 라덴이 약 20년 전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를 비판하며 쓴 편지에 대해 공감을 표현했다.

‘미국에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이 편지는 미국 워싱턴DC, 뉴욕 등에서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가 발생한지 1년 뒤인 2002년 공개됐다.

당시 빈 라덴은 편지에서 팔레스타인 영토 내 억압에 맞서 미국인과 유대인들을 겨냥한 공격으로 복수해야 한다며 9·11 테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빈 라덴은 또 유대인들이 미국을 통제한다며 이스라엘의 탄생과 지속이 커다란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빈 라덴의 ‘편지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되살아난 셈이다.

이주 들어 16일까지 틱톡에서 빈 라덴의 편지 관련 동영상 조회수는 1400만이 넘었다고 CNN은 전했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인플루언서는 빈 라덴의 편지가 자신의 인생 관점을 바꿨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기를 권유했는데 조회수가 160만이나 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CNN은 우려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야샤르 알리라는 한 언론인이 엑스에 올린 틱톡 동영상은 2800만번 이상 조회됐다.

한 틱톡 이용자는 조회수가 10만이 넘은 다른 동영상에서 빈 라덴의 편지와 관련해 “우리가 오사마 빈 라덴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면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9·11 테러 후 태어난 많은 젊은이가 빈 라덴의 잔혹함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편지 내용에 동조한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CNN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편지와 관련해 “혐오스럽고 유해하며 반유대주의적 거짓말들이 확산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빈 라덴이 일으킨 9·11테러로 숨진 이는 3000명에 육박한다. 빈 라덴은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