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 번역가 “‘헝거게임’ 워낙 좋아했던 시리즈”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3. 11. 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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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포스터. 사진|누리픽쳐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황석희 번역가와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헝거게임’의 프리퀄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단 한 명의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잔인한 헝거게임에 스노우가 12구역 조공인 루시 그레이의 멘토로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한 생존 게임을 그린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다양한 영화에서 말맛을 살리는 번역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황석희 번역가와 8문 8답은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번역 작업에 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담겨 있다.

황석희 번역가는 지난 10일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GV에 참여했을 만큼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Q1. ‘헝거게임’ 시리즈의 프리퀄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를 통해 처음 이 시리즈를 번역하게 된 소감은?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했던 시리즈라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어서 기뻤다. 팬덤이 워낙 두터워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Q2.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무려 4편의 전작이 있는 시리즈 영화다. ‘스파이더맨’ ‘데드풀’처럼 시리즈가 있는 영화를 번역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기존 팬덤의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이 작품은 프리퀄이라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기존 작품들과 겹치는 캐릭터들의 이미지 설정 같은 부분은 따라가야 한다. 정성껏 잘 쌓여 향유되고 있는 팬덤이 있는데 다 무시하고 제멋대로 번역할 순 없다.

Q3. 그동안 해온 다른 작품들의 번역 작업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어땠는지?

작품마다 워낙 달라서 답하기가 쉽진 않지만 이 작품은 일단 소설 원작이라 대사 볼륨이 있는 편이다. 설정도 지켜야 하고, 일반 작품과 비교하자면 난이도가 있다.

Q4. 번역 의뢰를 처음 받을 때, 본인만의 작업 순서가 있는지?

번역 의뢰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건 감독과 작가가 누구인지 찾는 것이다. 기존에 어떤 성격의 작품들을 만들었고 어떤 성격의 대본을 쓰는 사람인지를 파악한다. 이 작품을 맡게 된 후의 인터뷰 같은 것들도 뒤진다. 아무래도 그런 인터뷰엔 이번 프로덕션을 어떻게 하겠다는 야심이나 의욕 같은 것들을 나름 구체적으로 밝히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을 보면 번역 중에도 뭘 중점적으로 강조해야 하는지 감이 오기도 한다. 그 후엔 작품의 배경이나 기본 정보를 뒤져보고 바로 첫 스크리닝을 한다. 스크리닝을 마치면 곧장 번역 작업에 들어간다.

Q5. 영화 번역 작업을 할 때 본인만의 루틴이나 특이사항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이번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번역 진행할 때도 적용되었는지?

저는 관객들의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이런 작품은 번역 전에 원작을 읽지 않는다. 전에는 읽기도 했는데 만약 원작 소설의 번역 퀄리티가 굉장히 좋을 경우엔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 똑같은 대사가 영화에도 나오는 상황일 때, 미리 원작 소설을 읽은 상태면 스스로의 능력이 되더라도 소설 번역문의 퀄리티를 뛰어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미리 봐 둔 좋은 문장이 있기 때문에 언어적 상상력에 한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원작을 보지 않고 번역을 한 후에, 혹시 내가 놓친 게 있나 원작을 한번 보는 편이다.

Q6. 번역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장면이 있다면?

루시 그레이와 스노우의 말투를 캐릭터에 맞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둘 다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선 관객들이 ‘헝거게임’ 전편에서 봤던 것처럼, ‘스노우’라는 인물이 악의 정점처럼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감정이 혼재된 입체적 캐릭터로 그려진다. ‘루시 그레이’도 절대 선이라고 생각하기엔 고려할 지점들이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라 캐릭터들의 대사가 평면적인 뉘앙스로 비치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다.

Q7.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다면? 혹은 관객들이 눈여겨 봤으면 하는 장면의 대사가 있다면?

‘루시 그레이’는 우리 현실에서 말하는 집시와 비슷한 집단에 속한 인물인데 노래는 집시풍이 아니라 영국풍 포크송을 부른다. 아주 전통적인 포크송 계열이라 가사에 구전동화 같은 스토리텔링이 살아 있다. 그 안에 뾰족한 뭔가가 들어 있기도 하다. ‘루시 그레이’가 나올 때마다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워낙 가창력도 좋고 무대 장악력이 좋은 배우라 노래하는 장면마다 매력이 넘친다. 제가 마음에 들었던 대사이자 가사는 “너희에게 뺏긴 건 무의미한 것들뿐”.

Q8.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프리퀄을 오래 기다리셨던 기존 팬들만큼 ‘헝거게임’ 시리즈 전편을 다 보고 와야 하는지 걱정하는 새로운 관객분들도 많을 것이다. 기존 작품들이 시작되기 이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이라 안 보셔도 상관없다. 오히려 이 프리퀄을 보시면 그 후 이야기들이 궁금해질 것이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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