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근하기 싫은 진짜 이유는 '그 인간'을 또 봐야하기 때문이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도른자'
7가지 유형별로 대처방법 제시
가장 다루기 어려운건 '통제광'
직원 존중않고 과도하게 통제
무작정 참거나 사표내지 말고
직장내 동료들에 도움 청해야
직장인의 영원한 딜레마가 있다. 회사에 가지 않으면 월급 봉투가 얇아지고, 회사에 가면 '도른자(정신이 돈 자를 연음으로 표기)'들이 있다. 매일 아침 우리가 출근하기 싫은 진짜 이유는 야근이 많아서도 업무가 과중해서도 아니다. '그 인간' 때문이다. 사무실의 '돌아이'는 언제든 팀을 끝장내 버릴 수 있다.
이 고민을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연구한 학자가 있다. 테사 웨스트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의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연구해왔다. 20여 년간 3000여 명을 인터뷰하며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은 사회생활에서 겪는 관계 문제를 풀어줄 '꿀팁'을 알려준다. 심지어 저자는 동료 누구도 원치 않는 이사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다 자신이 돌아이였음을 자각한 뒤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직장의 돌아이들은 동료를 괴롭히는 방식에 패턴이 있다. '미국판 오은영 박사님'인 저자는 "돌아이에게 대처하는 건 연쇄살인범을 프로파일링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그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7가지 유형으로 분류를 시도한다.
먼저 '강약약강형'이 있다.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동료와 아래에 있는 모두가 경쟁자이기에 툭하면 선을 넘는다. 가장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는 '성과 도둑'일 것이다. 이 양의 탈을 쓴 늑대는 친구처럼 살갑게 굴다가 훔칠 만한 아이디어만 보이면 신뢰를 저버린다.
MZ세대가 소름 돋게 싫어하는 '무임승차자'도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숟가락을 올릴 기회는 귀신같이 찾아낸다. 이들은 팀워크를 중시하기에 호감을 사려 노력하고, 심지어 여러 사람과 친하게 지내므로 지적하기도 쉽지 않다.
'불도저'는 풍부한 경력과 인맥으로 집단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공포와 겁박을 활용하고 사내에서는 오히려 유능한 리더십으로 칭찬받는 경우도 많다. 타협하지 않는 돌아이 아래 직원들만 속병을 시름시름 앓을 뿐이다.
'통제광'은 직원의 개인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지 않고 세세하게 통제하는 관리자다. 이들은 불성실한 상사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데, 일을 통제할 능력이 없으므로 늘 불안하고 불안을 덜기 위해 과도하게 통제한다. 이 유형이 가장 다루기 만만찮은 돌아이다.
'가스라이팅형'은 남을 기만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린다. 우선 희생자를 고립시키고 다음으로는 자기 입맛에 맞는 대안적 현실을 천천히 구축해 나간다. 가스라이팅은 어떤 목적의 수단인 경우가 많다. 혼자서는 하지 못할 사기나 횡령의 한패가 돼줄 동료 혹은 부하를 찾는 것이다.
심지어 이 책은 그들이 대체 왜 돌아버렸는지(심리적 차원)와 주로 어떤 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지(행동 방식적 차원)를 낱낱이 해부한다. 주의할 점은 이들은 목표가 높고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투력이 약한 평화주의자들은 맞서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돌아이를 향해서는 실무 능력이 없는 무쓸모 직원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실상은 단순한 빌런이 아닌 인맥이 탄탄하고 타인의 능력을 파악하는 능력이 출중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상사가 돌아이를 내버려 두는 건 관심이 없어서라는 오해도 있다. 슬프게도 관리자들은 돌아이를 어떻게 다룰지 배운 적이 없다.
내 주위가 도른자들뿐이라면 속 시원한 해결책은 있을까. 다행히 돌아이들은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유형별 빌런들에게 어떻게 맞설지 구체적으로 조언해준다.
예를 들어 불도저의 천적은 소문이다. 이들은 여럿이 목소리를 높여 대항하면 잠잠해진다. 모두가 참여하는 투표와 같은 중요한 결정에 모두가 참가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면 한 사람이 의견을 독식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동료 직원들도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성과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상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하기 전에 누가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성공적 결과만큼이나 노력의 과정도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성과 도둑을 눈감아주는 상사는 팀의 기강을 누구보다 빠르게 해친다.
결국은 '소통'이 답이다. 사무실 친구들이 가장 큰 무기다. 무작정 참거나 사표를 내지 말고, 남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고 아군을 만들어야 한다. 인맥 왕인 동료를 통해 한 다리만 건너면 높은 분에게 연결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직장 내 문제 해결에는 '절친'보다 가까운 '동료'가 더 유용하다. 저자는 "당신이 가깝게 느끼는 사람들과 깊고 좁게 사귀기보다 직장 내 사회적 관계망에 속하는 많은 사람과 널리 교류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부록은 심리 테스트다. 내 주위에 돌아이가 없다면 혹시 내가 아닐지 셀프 테스트를 해보라는 권유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내가 바로 도른자일지는.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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