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혁신위 "모든 지역구 '전략공천' 없다…대통령실 출신도 경선 필수"(종합)
사회적 물의 빚거나 전과자여도 '컷오프'토록
"국민, 공정 경쟁 원해…혁신 속도 조절엔 공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7일 모든 지역구에서 전략 공천을 원천 배제할 것을 제안했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공정한 경쟁을 거치는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삼자는 의미다.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금고형 이상의 전과자도 공천 배제(컷오프)할 것도 요구했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가 결국 혁신안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실 출신도 예외없이 ‘공정 경쟁’
혁신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에 관한 공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안건으로 의결된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에 대해 이소희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똑같이 공정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형 이상의 전과자(확정 판결 기준)를 공천에서 엄격하게 배제해줄 것도 요청했다.
특히 혁신위는 모든 지역구가 전략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것도 당에 제시했다. 당초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전략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의 안건을 채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대부분 선거 지역구에서 국민의 민심에 따른 후보 선택이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해 선거 원칙으로 삼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심 반영 비율이나 방식, 공천 배제 기준 등 구체적 사항은 이르면 연말께 구성될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몫으로 남겨뒀다. 이소희 위원은 “공천 룰(규칙)에 있어 도덕성을 빼놓을 수 없었다”면서 “구체적 사항은 공관위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부연했다.
지난 9일 3호 혁신안에 담긴 우세 지역 내 청년 전략지역구 지정과 이번에 발표한 전 지역구의 전략 공천 배제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경진 위원은 “청년 전략지역구는 45세 미만 청년끼리 공정하게 경쟁을 거치는 것이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략 공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국민은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며 “대통령실 출신은 중진 의원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예외 없이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자고 한 것이고 유리한 지역에 있는 중진 의원에겐 (청년 전략지역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희생해주십사 하는 부탁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중진 의원이면 전국적으로 지명도도 있을 것이고 인맥도 쌓였고 본인 역량도 강화했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만 놓고 보면 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겠지만, 그래서 중진 의원이 새로운 데 가서 역량을 극대화해 한 자리라도 더 확보하라는 의미”라고 거듭 당 지도부·중진 의원 등을 향해 불출마 또는 수도권 등 어려운 지역 출마를 촉구했다.
이날 발표된 4호 혁신안은 직전 1~3호 혁신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격적이진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컷오프를 강화하자는 것은 국민의힘 총선기획단도 이미 결정한 내용이다. 전날 총선기획단은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 등과 관련된 연루자를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김경진 위원은 이날 오전 인요한 위원장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한 영향이 있었는지 묻는 말에 “그렇게 볼 이유는 없는 것 같다”며 “오늘도 혁신위원은 할 말을 다 했고, 다양한 견해를 두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혁신안으로 종합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기현 대표와 인 위원장 간 면담이 서로 간의 존중을 재확인했다는 것이 혁신위의 판단이다. 김경진 위원은 “면담이 끝나고 나갈 때 두 분 모두 표정이 많이 밝았다”며 “발표하기엔 부적합하지만 상당히 구체적 내용도 오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3호 혁신안을 존중한다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론 혁신위를 전폭 지지한다는 의미로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를 지지한다는 원칙엔 서로 간 이견이 없다”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설을 일축했다. 혁신위 조기 해체에 대해서도 “지금 논의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랐다.
2호 혁신안부터 당 지도부 수용이 미뤄지고 있지만 결국 수용하리라고 혁신위는 기대했다. 이소희 위원은 “혁신위가 매주 하나씩 안을 내는데 지도부에서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혁신위가 12월24일까지 (활동) 기간이 있고 기간 내 혁신안을 관철시키는 것이 저희 목적이라고 생각해 조금 속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김 위원은 “추후 공관위가 구성되면 혁신위 임기가 끝났더라도 혁신위원 중 한 분이 공관위에서 혁신안 논의 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공관위가) 취지를 충분히 검토해 공천 관련 규정을 만들 때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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