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만든 '위대한 개츠비' 미국서 전석매진 환호받았죠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3. 11. 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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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맨오브라만차·데스노트 등 제작
브로드웨이 잇단 고전에도 계속 도전
내가 개척하면 후배들도 성공 가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이충우 기자

"개츠비 캐릭터에서 저는 돈키호테를 봤어요. 책을 덮고 논문까지 팠습니다. 근데 다시 캐릭터로 돌아오게 됐죠. 이 사람들은 꿈과 이상과 사랑에 완전히 빠져 있어요. 이런 인물은 요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아니잖아요."

뮤지컬 업계에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의 별명은 자칭타칭 돈키호테다. 스페인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라는 성벽을 향해 돌진하는 그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2일까지 미국 뉴저지 페이퍼 밀 플레이하우스에서 현지 스태프·배우들과 만든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로 트라이아웃 공연을 개막해 1200석 전석 매진을 이뤄냈다.

지난 15일 서울 청담동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브로드웨이 도전기는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인가 묻자 그도 약간 아리송해했다.

"3전4기가 되든 4전5기가 되든 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번에 했을 때도 너무 좋은 실험이었어요. 정말 모처럼 제가 일을 처음 했었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받았어요."

'내 소리 들리면 소리쳐(Holler If Ya Hear Me)'와 '닥터 지바고'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가 실패했고, 직접 제작에 뛰어든 2012년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봇'의 시험 공연이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공동 연출 등을 합하면 끊임없는 도전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그는 "뮤지컬 제작자가 머릿속에 브로드웨이를 꿈꾸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 같다"며 "정말 하나의 사랑과 꿈과 희망을 향해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개츠비 캐릭터가 그래서 나한텐 너무 매력 있었다"고 말했다.

오디컴퍼니라는 회사 이름의 뜻인 '오픈 더 도어(Open the door)'에도 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공연의 막을 연다는 중의적 뜻도 있지만 막보다 문을 열고 나가겠단 의미가 컸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도전은 약간은 무모하게도 느껴진다. 한국 공연 시장의 성장이 가파르고 국내에서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등 대박 히트작을 줄지어 내놓은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실패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었고 회사는 그때마다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는 3년 넘게 준비한 데다 수정 작업을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을 정하고 대본화 작업 시작을 하며 1차 리딩과 2차 리딩을 고민했고 토론, 수정 작업을 거쳐 트라이아웃할 작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꿈을 담은 필독서이자 명작이라는 무게에 얽매이지 않고 한 여성을 사랑하고 꿈을 좇는 개츠비라는 인물에 집중하자 그가 벌이는 광란의 파티에서도 큰 의미를 찾게 됐다.

그는 "이 작품에서 파티가 빠질 수가 없다"며 "이 개츠비 안에 있는 온갖 파티는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연결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은 본고장에서 미국 관객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치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과감히 역사, 종교 등의 이야기보다 꿈을 좇는 남자 개츠비에게 집중했고 이 점이 오히려 미국 사람의 정서에 맞는 것 아닐까"라고 했다.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에 대해 그는 "보편성과 예술성을 갖추고 완성도도 있어야 하지만 결국 무대에서 빛을 발해야 사랑받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지금 브로드웨이를 갈 수 있는 유일한 제작자는 저밖에 없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이걸 열면 후배들에게도 열리겠죠."

이 작품에 대해 미국 매체 브로드웨이 월드는 "이 공연은 경이로우며, 미국 뮤지컬 공연계의 기념비적인 새로운 작품이 될 운명이다. 실로 감탄을 자아내는 음악, 재즈풍과 팝 장르 등 다양한 음악이 넘버들 안에서 이상적으로 어우러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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