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많이 올렸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정부 공식 통계를 조작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이전 정부의 통계조작 관련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인사이드경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논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솔직히 문 정부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이기는 했는지부터 의심스럽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부 공식 통계 조작' 얘기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통계조작 논란의 핵심, 최저임금
윤석열 정부가 통계 조작 수사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건 전 정권 탓"이라는 국정기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래 비전을 담은 정책을 내놓은 적은 거의 없다. 나오는 정책 모두 하나같이 '과거지향적'인 것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다룬다.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딴지를 걸려는 목적이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려서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게다가 그 과정에서 통계수치까지 조작했으니 이 얼마나 큰 잘못이냐는 거다.
한편으로는 전 정부 실책을 공격하면서 지지율을 올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을 억누르는 현 정부 정책을 정당화한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이 정부 정책은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과거지향적, 즉 '과거에 잘못했으니 거꾸로 가자'는 내용 뿐이다.
우선 사실관계 하나만 지적하고 시작하자.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문 정부의 전임 정부인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더 높다. 아니, 또 통계조작에 나서려는 거 아니냐고? 미안하지만 이건 통계도 수학도 아니고, 계산기만 두드리면 나오는 간단한 산수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많이 올렸다는 거짓말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만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최저임금은 4,860원이었는데 이 액수는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심의·결정된 액수이다. 같은 원리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인데 이건 전임 박근혜 정부 시절에 결정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구한 기본 데이터를 토대로 각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율을 비교해보자. 만일 재임기간이 5년으로 같았다면 집권 말 최저임금(B)을 집권 초 최저임금(A)으로 나눈 단순몫(B/A)만 비교하면 된다. 하지만 두 정부의 집권기간, 정확히 말하면 최저임금 인상 심의를 한 횟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몫으로 비교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 7.4% vs. 문재인 정부 7.2%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단순몫을 재임기간인 4년과 5년으로 단순히 나눠서 비교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매년 누적되기 때문에 평균인상율을 구할 때는 복리계산에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올해 임금이 1이고 연간 평균인상율이 10%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2년 뒤 임금은 매년 10%가 올라서 1.2일까? 그렇지 않다. 1년 뒤에는 10%가 올라 1.1이 되지만 2년 뒤에는 1.1의 10%가 오르기 때문에 1.21이 된다.
그래서 2년간 임금이 20% 인상되었다면 연간 평균인상율은 이걸 2년으로 나눈 10%가 아니다. 1.2의 제곱근을 계산해야 한다. 그러면 대략 1.0954 라는 값이 나온다. 즉, 연 평균인상율은 9.54%가 된다. 실제로 올해 임금이 1일 경우 매년 9.54%가 올라 2년째가 되면 1.1999라는 값이 나온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 연간 평균인상율은 단순몫(B/A)에 네제곱근을,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우에는 단순몫에 다섯제곱근을 해서 구해야 한다. 아니, 이거 복잡한 수학 아니냐고? 인간은 호모 파베르, 즉 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공학 계산기를 사용하거나 엑셀의 POWER 함수를 활용하면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2000년대 정부 중 꼴찌에서 2번째
똑같은 방식으로 노무현·이명박 정부 재임시절 최저임금 연간 평균 인상율을 계산해 2000년대 이후 들어선 정부들 수치와 비교해보면 아래 표와 같다. 역대 정부 인상율 중 가장 낮은 기록은 이명박 정부가 차지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꼴찌에서 2번째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엄청나게 올렸다고 그 난리를 쳤는데 말이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대장이라고, 당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수언론들이 떠들었을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와 고용에 큰 충격이 왔다는 얘기도 통계자료를 통해서는 전혀 입증되지 않는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에 공개된 취업자 수,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뽑아보면 "아니, 그때 왜 그리 호들갑을 떨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아래 표)
매년 7월을 기준으로 취업자 수와 피보험자 수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극심했던 2020년 취업자 수가 잠시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해왔다.
게다가 통계청 고용동향의 경우 가구 방문을 통한 표본 조사를 통한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이라 실제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의 경우 표본이 아니라 전수조사 결과이기에 '조작' 따위가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다.
통계 조작, 진짜 논쟁을 시작해보자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lies, damn lies, and statistics)"
작가 마크 트웨인이 얘기했다고도 하고, 벤자민 디즈레일리 영국 전 총리의 말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옳든 상관없다. 통계라는 놈이 사람의 눈을 속이는 위정자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라는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이 정권이 잡으면 이렇게 조작하고, 저 정권이 잡으면 저렇게 조작한다.
문제는 정권이 바뀜에 따라 자기 이익을 위해 조작이 이뤄지는 과정에 애꿎은 노동자·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인사이드경제>는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의 성패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노동자·서민의 피해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두 정부가 한사코 꺼내기를 꺼려했던 통계 자료를 토대로 논쟁을 시작해본다.
통계 조작을 또다른 통계적 방법으로 무찌를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통계 조작 논란이 얼마나 본질에서 비켜난 정치놀음, 권력다툼에 불과한 것인지를 보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인사이드경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그거다. 뭣이 중헌가.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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