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도 국내 외풍에 ‘휘청’ 엔터株… “해외 활동이 관건”
국내 앞지른 해외 매출… 아티스트 컴백·콘서트 재개도 호재
올해 상반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엔터테인먼트 업종 주가가 3분기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연예계를 덮친 마약 사건, 카카오발(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등의 여파로 엔터주가 전반적으로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이다.
◇ 분기 최대 실적 올렸지만 주가는 ‘뚝’
17일 하이브는 이날 19만3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한 달 만에 약 19.9% 하락했다. 지난 6월 장중 31만25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40% 가까이 빠진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도 최근 1개월간 24.5% 떨어졌고, JYP엔터테인먼트(JYP Ent.)는 16.9% 내렸다.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역시 8.21% 하락했다.
이들 엔터사가 지난 3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최근 주가 흐름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 엔터주의 상승세를 견인해 온 하이브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 상승해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SM엔터도 69% 오르며 역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JYP엔터와 YG엔터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37% 늘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배경엔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하이브의 경우 오버행(잠재 매물) 우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의 2대 주주인 넷마블은 최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하이브 주식 250만주를 5687억5000만원에 처분했다. 처분 목적은 유동성 확보다. 이에 따라 넷마블의 하이브 지분율은 18.08%에서 12.08%로 감소했다.
SM엔터는 카카오가 처한 시세 조종 관련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상태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두고 경쟁하는 동안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약 2400억원어치 집중 매수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장철혁 현(現) SM엔터 대표이사 등 당시 SM엔터 경영진 4명이 조사 과정에 포함되며 투자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JYP엔터·YG엔터 등 다른 엔터사도 연예계 전반을 뒤흔든 마약 파문으로 주가가 추락한 뒤 맥을 못 추고 있다. 배우 이선균에 이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지난해를 끝으로 이미 YG엔터와 계약을 종료했지만, YG엔터 주가는 영향을 받고 있다. 마약을 한 연예인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엔터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 “4대 엔터사, 미국 비중 증가… 높은 성장률 예상”
시장 전문가들은 주요 엔터사의 향후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요소로 해외 시장 진출 성적표를 꼽는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보단 해외 매출이 더 잘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올 상반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JYP엔터는 52%로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질렀고, YG엔터 역시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이브·SM엔터·JYP엔터·YG엔터 등 엔터주 ‘빅(big) 4′가 내년 음반과 음원, 공연 모든 부분에서 미국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높은 미국, 일본 비중으로 내년에도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 성장이 기대되는 JYP엔터와 신인 성장으로 업종 내 2024년 가장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SM엔터를 최선호 주(株)로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연말·연시 이어지는 아티스트 컴백(복귀)과 콘서트(공연) 등에 따른 실적 오름세가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SM엔터는 레드벨벳·에스파 등 4분기 앨범 발매가 예정된 아티스트가 12팀에 달한다. JYP엔터는 주력 그룹인 스트레이키즈가 컴백했고, YG엔터는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의 신인 걸그룹인 베이비몬스터 데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로 주춤했던 오프라인 콘서트가 활발해진 점도 호재다. 일본 ‘돔 공연’의 경우 하루만 전석 매진 돼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정도로 콘서트의 경우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공연에 드는 비용은 올라갔지만 티켓값 인상에는 부담을 느꼈던 기획사들이 다시 티켓값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수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