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만원짜리가 300만원"··· 롤드컵도 암표·사기 몸살

채민석 기자 2023. 11. 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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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등 스포츠 행사 암표 기승
임영웅, 성시경, 싸이, BTS 등 유명 연예인 콘서트 암표도
2021년 2245건이었던 피해 건수, 2023년 1만 3034건으로 증가
사진=서울시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롤드컵 티켓 판매·구매 글
[서울경제]

최근 각종 스포츠 행사나 유명인 공연 티켓을 정가보다 수십 배 높은 가격에 되파는 '암표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암표 거래가 늘면서 관련 사기 피해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정부가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각종 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오는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3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관람 티켓 암표가 정가의 10배 이상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정가 24만 5000원으로 가장 가격이 높은 '1티어' 좌석의 경우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30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스포츠 행사 암표 기승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대한민국과 싱가포르 남자 축구대표팀 A매치 경기 티켓도 일찍이 매진돼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 암표가 올라왔다.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LG트윈스와 KT위즈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들도 암표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임영웅, 성시경, 싸이, BTS, 블랙핑크 등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오후 8시에 진행되자마자 매진된 가수 임영웅의 광주 콘서트 티켓은 두 장에 18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 진행된 BTS의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는 무료였음에도 입장권이 15만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단풍놀이 명소인 경기도 광주 '화담숲' 등 유명 관광지들의 입장권의 암표도 등장하고 있다.

암표 가격이 정가 대비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뛰다 보니 이를 악용한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 피해 신고 사이트인 '더치트'에 따르면 예매가 시작된 올해 8월부터 지난 17일까지 '롤드컵' 키워드로 총 388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롤드컵 외에도 '임영웅 티켓' '한국시리즈 티켓', '멜론 티켓', '에스파팬미팅'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조회되기도 했다.

암표 사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치트에 '티켓' 키워드로 사기 사례를 조회해본 결과, 코로나19 종식 전인 2021년에는 2245건(피해금액 6억 5500만 원)이었던 피해 사례가 2022년에는 8633건(30억 446만 원)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날 기준 총 1만3034건(42억 5362만 원)의 피해 사례가 접수돼, 지난해 한 해 발생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싹쓸이'한 뒤 이를 높은 가격에 되파는 암표상들이 들끓자, 정부에서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발의한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공연법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재기한 공연 입장권 및 관람권의 부정 판매를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암표를 판매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암표 매매는 경범죄처벌법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 즉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등에서의 매매 행위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지난 4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상습 또는 영업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입장권 등을 웃돈을 받고 되팔거나 이를 중개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암표 사기를 당하면 피해 보상이 어렵고, 구제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암표를 판매하지도 구매하지도 말아야 한다"라며 "플랫폼 차원에서 암표 거래를 막거나, 피해 구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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