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 안 듣고'...또 5만명 새집 포기 ‘통장 깼다’

주: 주택청약종합저축 기준 자료: 청약홈

[파이낸셜뉴스]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5만명 가량 또 줄었다. 16개월간 통장을 해지한 예비 청약자가 128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17일 청약홈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75만명을 기록했다. 전달(2580만명)에 비해 5만여명 감소한 수치다. 해지자가 지난 9월에 1만여명대로 줄더니 10월에 다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6월(2703만명)을 기점으로 올 10월까지 16개월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 평균 8만여명이 통장을 해지하면서 16개월간 누적 해지자가 128만여명을 기록했다.

16개월간 통장 해지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이 기간 동안 24만여명에 이른다. 인천·경기 35만여명, 5대 광역시 33만여명, 기타지역 33만여명 등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 지역에서 고루 통장 가입자가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10월 기준 1순위 통장 가입자도 전달 대비 4만여명 줄었다. 아직 10월 기준으로 1705만명으로 1700만명대는 유지하고 있다.

주 : 2022년 6월 ~ 2023년 10월 자료 : 청약홈

시장에서는 분양가 상승과 고금리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분양가격이 치솟으면서 수도권에서 전용 84㎡ 기준으로 10억원 이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청약통장을 활용한 내집마련도 여의치 않다. 분양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고금리로 당첨 받아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청약규제, 인구감소 등 여러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약통장은 국민주택기금 재원으로 활용된다. 정부는 통장 가입자 감소에 따른 기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청약통장 금리를 지난해 11월 1.8%에서 2.1%로 인상했고, 지난 8월 다시 2.8%로 올렸지만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1주택자 이상 유주택자는 사실상 청약을 당첨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연령대별로 자세하게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이들 유주택자를 중심으로 통장 해지자가 늘면서 가입자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구조적인 감소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 및 금리인상 등 외에도 인구가 줄면서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대상이 줄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며 “감소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해지는 신중해 달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청약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새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든 청약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3기 신도시 등 앞으로 공급도 예고된 만큼 보유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