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남의 잇츠 스누커] 수십차례 질문에 세계프로스누커협회 “한국서도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 치나요?”

황국성 MK빌리어드 기자(ceo@mkbn.co.kr) 2023. 11.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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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당구심판 영국무대 서다①] 4년 노력이 결실로
WPBSA 초청, ‘월드빌리어드챔피언십’ 심판 참여
2019년 규정 개정에 첫 문의 “처음엔 답장도 없어”
어렵게 디렉터와 소통 “월드챔피언십 참여 OK”
세계프로당구스누커협회(WPBSA)는 ‘월드빌리어드챔피언십’이 개막하기 전날 대회 관계자와 심판, 일부 선수가 참여하는 리셉션을 열었다. 대회 디렉터인 프랭크 브래들리는 리셉션장에서 한국에서 온 필자에게 많은 호의를 베풀었다. (사진=이길남 대한당구연맹 심판 제공)
[편집자주] 영국은 당구 종목인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의 종주국이다. 프로 스누커인 월드스누커투어(WST)는 상금과 권위 등에서 세계 최고 당구무대로 평가받는다. 잉글리시빌리어드는 흔히 4구와 포켓볼성격이 혼합된 당구 종목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캐롬(1, 3쿠션)이 인기인 한국에선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가 비인기 종목이다. 동호인도 찾아보기 힘들고 선수도 30여명 안팎이다. 하지만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2030년) 정식종목일 정도로 전략종목으로서 중요하다.

대한당구연맹 이길남 심판은 국내의 몇 안되는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 전문가다. 또한 당구칼럼니스트로 MK빌리어드뉴스에 스누커관련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그는 당구연맹 대회 심판직을 수행하면서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 본고장인 영국에 규정해석 등에 관해 수차례 질의를 해왔다. 이런 인연으로 세계프로당구스누커협회(WPBSA) 초청을 받아 지난 10월11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 영국 당구를 체험하고 ‘월드빌리어드챔피언십’ 등 큰 대회에 심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덕에 한국심판과 선수들이 영국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다. 한국 당구심판으로서 최초로 ‘월드빌리어드챔피언십’무대에 서기도 한 그의 영국 당구 체험기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한국에서도 당구(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를 치느냐?”

세계프로당구스누커협회(WPBSA) 직원은 한국 심판의 계속되는 문의에 궁금해하면서 이 같이 되물었다.

“물론이다. 전국대회도 있고, 2030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리셉션장에서 크리스 쿠움과 한 컷. WPBSA 잉빌담당 이사이자 1급 심판인 그는 필자와 이메일로 소통하는 초반에 “한국에서도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를 치느냐?”고 물었던 사람이다. (사진=이길남 대한당구연맹 심판)
나름 최선을 다해 한국 당구 현황에 관한 장문의 회신을 보냈다. 아울러 2030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의 좋은 성과를 위해 한국 스누커와 잉빌의 발전이 필요한데, WPBSA의 관심과 조언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KAL기는 지난 10월 11일 오후 5시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 어슴푸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약한 빗줄기가 내렸다. 드디어 빌리어드의 본고장에 오는구나. 지난 몇 년 동안 공들인 보람이 있는건가?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구심판이 되고 나서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이하 잉빌) 규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항상 답답함을 느꼈다. 규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 2019년 8월 세계프로당구스누커협회(WPBSA)가 규정을 개정했다. 새로 바뀐 규정도 파악할 겸 규정 전반에 대해 파고들었다. 여기저기 뒤져가며 많은 자료를 찾아봤으나, 글로 된 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더러 있었다.

대회 개막 전 리셉션을 주도하고 있는 프랭크 브래들리 디렉터. (사진=이길남 대한당구연맹 심판 제공)
“I have a question.” 세계프로당구스누커협회(WPBSA)에 이메일로 문의했다. 생판 모르는 한국 심판이 보낸 질문에, 그들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서너 차례 더 보냈지만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3개월이 지나 처음으로 답장이 왔다. 그 동안 가슴 속을 짓눌렀던 답답함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궁금한게 많아 자주 문의했다. 하지만 답장해주는 사람이 그때그때 달랐다. 회신 기간도 1개월, 2개월…. 제멋대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답장이 왔다. “한국에서도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를 치느냐?”

이를 계기로 그와 친해지게 됐고 이름과 개인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후로는 그에게 직접 연락했고, 답장도 즉각 즉각 왔다.

그는 WPBSA 잉빌 담당 이사(director)이자, 1급 심판인 크리스 쿠움이었다. 또한 심판교육을 통해 심판 자격을 발급할 수 있는 감독관(examiner)이며, 규칙위원회(rule committee) 위원이기도 했다.

그와 연결되자 소통이 한결 수월해졌다. 이해가 잘 안되는 규정에 물어보면 바로 해결됐다. 이런 과정을 4년가량 해오면서 차츰 자신감이 생겼다. 이젠 어느 누구보다도 스누커 잉빌 규정에 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월드빌리어드챔피언십은 온라인을 통해 영국은 물론 전세계에 중계됐다. 대회장 한켠에 있는 중계실. (사진=이길남 대한당구연맹 심판 제공)
아울러 욕심이 났다. WPBSA의 중요한 인물과 소통하다보니, 직접 영국의 대회를 둘러보고 심판으로 무대에 서고 싶었다.

“혹시 영국 대회에 심판으로 참여할 수 있느냐?”

의사를 타진했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락이 왔다. “10월에 개최되는 영국오픈(English Open)과 월드빌리어드챔피언십(World Billiard Championship)에 참가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10월 11일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하게 됐다.

아마도 WPBS가 지난 4년 동안의 교류와 당구 심판으로서의 열정 등을 인정해준게 아닌가 싶다. [이길남 대한당구연맹 심판(경영학 박사)/당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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