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 회복 ‘조짐’…물가 둔화는 예상보다 더뎌”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세…서비스업 생산·지출도 양호
고금리 장기화·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은 여전히 우려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한국 경제에 서서히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난다는 정부의 평가가 나왔다.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부터 그린북에는 '경기 둔화'라는 단어가 꾸준히 등장해왔다. 정부는 지난 8월 그린북에서부터 경기 둔화 흐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번 호에서 처음 '회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기재부는 반도체 등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이 회복세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9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9% 올랐고 특히 반도체는 12.9% 올라 8월(13.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한 550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감소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을 보였다.

비구이위안 디폴트 등으로 우려됐던 중국 경제가 다소 나아진 모습도 경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9%로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중국이 빠르게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폭 정도의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지출 지표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9월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업(2.4%), 운수·창고(2.2%)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소매판매(0.2%), 설비투자(8.7%)와 건설투자(2.5%) 등도 증가했다. 10월 소매 판매는 중국인 방한 관광객 증가 등은 긍정 요인으로,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백화점 매출액 감소 등은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 상승세는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 기재부는 공급 요인에 따른 변동성도 있다고 봤다. 지난달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라는 평가에서 이달 '완만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으로 '완만한'이 추가됐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농산물 공급도 이상기온 등으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10월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무력 충돌 발발에도 공급 차질 우려 완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85.5달러로, 9월(89.4달러)보다 소폭 하락했다. 다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0월 평균 각각 리터당 1776원, 1690원으로 전월(1769원, 1667원)보다 아직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대외 요인으로는 정보기술(IT) 업황 개선·방한 관광객 증가 기대감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