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선에 실린 나무 속 문자·문양, 日 유력 가문 상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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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00년 전 침몰한 '신안선'에 실려 있었던 나무에 적힌 문자나 문양이 과거 일본의 주요 가문을 표시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순일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7일 "신안선에서 발견된 자단목에 기재된 문자 및 문양의 상당수가 중세 일본의 무사, 유력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단체나 집안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상징적 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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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자료 체계적 조사 필요"…18일 고려대서 학술 심포지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약 700년 전 침몰한 '신안선'에 실려 있었던 나무에 적힌 문자나 문양이 과거 일본의 주요 가문을 표시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순일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7일 "신안선에서 발견된 자단목에 기재된 문자 및 문양의 상당수가 중세 일본의 무사, 유력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단체나 집안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상징적 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안선은 1323년 중국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무역선이다.
1975년 한 어부가 우연히 발견한 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조사를 벌인 결과, 도자기와 각종 공예품, 28t(톤)의 동전 등 유물 2만7천여 점이 확인됐다.
특히 화물칸 아래쪽에는 동남아시아산 고급 향나무(자단목) 1천여 점이 실려 있었는데, 이 중 350여 점에는 다양한 기호와 무늬, 글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뿐 아니라 상자, 저울대 등에서 '대길'(大吉), '대일'(大一) 등의 문구가 확인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자단목에 남은 문자를 판독한 내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자단목에 보이는 문자나 부호, 문양에 대해 자단목의 소유주나 상단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실체는 무엇인지 다루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앞선 연구에서 '品'(품) 자로 읽었던 문양이나 육각형 2∼3겹이 겹쳐 있다고 본 문양 등이 당시 일본 사회를 살아가던 유력 무사를 나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종래부터 신안선을 통한 교역에 (당시 일본) 가마쿠라(鎌倉) 막부 말기의 세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란 추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3개의 비늘을 모아놓은 듯한 형상은 (가마쿠라 막부의 집권직을 세습한 가문인) 호조(北條) 씨, 동그라미에 두 줄 그은 문양은 아시카가(足利) 씨 가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신안선에서 나온 여러 문자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여러 조사·연구가 있었지만, 아직 규명되지 않은 문자·기호·문양 등을 더 연구하면 신안선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신안선 출항 700년을 맞아 오는 18일 서울 고려대 운초우선교육관에서 열리는 '침몰선의 문자 자료, 소생하는 아시아의 해역 교류'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다.
행사에는 일본, 베트남 등의 학자들이 참석해 베트남 중부 해역에서 확인된 침몰선인 차우탄(ChauTan) 호에서 나온 인도계 언어·아랍어 문자 자료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심포지엄을 주최하는 한 관계자는 "신안선은 그간 고선박이나 미술 공예 측면의 많았지만 문자 자료는 전문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향후 관련 연구 및 후속 조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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