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우상'…영국 현대미술가 토비 지글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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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 갤러리는 오는 12월23일까지 영국의 현대 미술가 토비 지글러(Toby Ziegler)의 개인전 '파괴된 우상'(Broken images)를 개최한다.
토비 지글러는 고전 예술의 조형 요소와 의미를 현대의 기법과 재료로 해체하는 작업을 통해 원본이자 데이터라는 양면성을 띠게 된 회화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속도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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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PKM 갤러리는 오는 12월23일까지 영국의 현대 미술가 토비 지글러(Toby Ziegler)의 개인전 '파괴된 우상'(Broken images)를 개최한다.
토비 지글러는 고전 예술의 조형 요소와 의미를 현대의 기법과 재료로 해체하는 작업을 통해 원본이자 데이터라는 양면성을 띠게 된 회화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속도에 집중한다.
바탕이 될 이미지를 3차원으로 모델링해 기존의 조형적 특징을 비워낸 후 젯소를 여러 차례 칠하고 사포질한 캔버스에 매끄럽게 프린팅한다.
이와 같이 프린트된 격자무늬 레이어의 안팎을 우연하고도 유기적인 붓질로 오가면서 회화적인 개입을 하고 조형 요소들을 다시금 조합해 나간다.
최근에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알루미늄을 지지체로 삼는 대신 직물 캔버스로 회귀한 그는 이성과 직관, 구상과 추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특유의 작업 방식에 더 깊숙이 천착함과 동시에 오리지널리티의 경계가 무너진 다성의 풍경을 우리 앞에 새롭게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디지털 기술이 지닐 수 있는 특성인 비현실성을 이용해 고전 이미지의 회화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파괴된 우상'은 미국계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의 한 구절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명이 야기한 전쟁으로 인해 메마르고 황폐해진 인간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구원의 소망을 담고 있다.
엘리엇의 불규칙하고 파편화된 음률을 따라서 지글러는 혼종적으로 재구성된 기하학적인 공간 속에 환영처럼 떠도는 파괴된 우상들이 지닐 수 있는 또 다른 아우라를 현재의 성배로서 제시한다.
'하베스트'(Harvest, 2023)는 작가가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소장 중인 작자 미상의 '윌튼 두 폭 제단화' 속 색채와 구조를 가져와 모델링한 작품이다.
영국 8번째 국왕 리처드 2세와 그의 통치를 축복하는 성모자와 성인들의 세밀한 형상이 오랜 기간 지니던 의미와 무게감을 던 채, 컴퓨터 화면 속 XYZ 축이 만들어 낸 공간을 가볍게 부유한다.
이와 함께 펄럭이는 국가와 국가의 번영과 축복을 선사했던 천사들은 붉고 푸른 빛의 붓질로만 남아 그 주위를 맴돈다. 이 와해된 서사를 또 다른 작품 'Idyll'로 발전시키며 모든 것이 삭제된 공간 속에 점, 선, 면으로만 아스라이 채워진 새로운 목가적 환경을 구축한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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